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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계의 자유방임형 생태계와 중앙집권형 생태계

3년전 블로그에서 테크계의 자유방임형 생태계와 중앙집권형 생태계 이야기를 간단하게 쓴 적이 있다. 자유방임형 생태계와 중앙집권형 생태계란 말은 내가 임의로 만든 용어임을 참조바란다.  테크업계에서 생태계(ecosystem)의 개념은 개인적으로 큰 매력을 느끼는 주제일 뿐 아니라 구글에서 내가 맡아온 프로젝트들이 오픈소셜, 크롬, 구글 TV 등 모두 크게는 생태계를 만드는 일이다.  이번 블로그는 계속 발전하는 테크계의 생태계에 대한 이야기이다.  
 
 
생태계
요즘 테크업계는 서로 생태계를 만들려는 싸움판이라고 할 수 있다.  단순히 좋은 제품을 잘 만들어서 파는 것이 아니라 디바이스, 서비스, 어플리케이션을 포괄하는 생태계를 만들려는 경쟁을 하고 있다.  강력한 생태계는 한번 만들면 경쟁사들이 침범하기 힘든 벽을 (barriers to entry) 만든다.  이런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대표적인 수단들을 살펴보면:
1) API와 SDK: API나 SDK란 제 3의 개발자들이 내 디바이스나 서비스 위에서 사용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이나 추가 기능을 만들 수 있게 해주는 소프트웨어 개발 도구이다.  예) 애플에서 아이폰 SDK를 공개해서 개발자들이 아이폰앱을 만들 수 있게 함. 
 
2) 오픈소스: 오픈소스란 내가 개발한 소프웨어의 일부나 전체를 공개해서 이를 다른 회사들이 정해진 정책 안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예) 구글이 안드로이드 소스를 오픈해서 제조사들이 안드로이드 폰을 만들 수 있게 함. 
3) 마켓: 개발자들이 공개된 API를 가지고 만든 어플리케이션을 무료 혹은 유료로 배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준다. 예) 애플의 앱 스토어, 구글의 안드로이드 마켓, 크롬의 웹 앱 스토어 등
 
구글, 애플 등 실리콘벨리의 테크 회사들은 자신들의 API를 개발자들이 잘 사용할 수 있게 지원/홍보/교육하는 별도 팀이 있어서 이들이 개발자 행사도 열고 어플리케이션 대회도 여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한다. 참고로 구글에서는 이들은 developer advocate라고 부른다. 
 
 
중앙집권형 생태계
중앙집권형 생태계란 생태계를 만들지만 그 생태계를 절처하게 관리해서 통제된 틀 안에서만 움직일 수 있는 생태계이다.  가장 좋은 예는 애플이다.  애플이 아이폰, 아이팟, 아이패드에 사용하는 iOS의 예로 이야기해보자.  우선 iOS 디바이스는 애플만 만들고 있다.  역시 맥OS를 사용한 컴퓨터도 애플만 만든다.  삼성같은 제조사가 애플에서 iOS를 받아 iOS 기반의 디바이스를 만드는 일은 생각만 해도 어색하다.  iOS의 어플리케이션은 애플의 규율 안에서 관리된다.  우선 iOS용 앱을 개발하기 위한 SDK는 애플에 돈을 내고 구입을 해야 하고 개발한 앱은 애플의 앱 스토어를 통해서만 배포할 수 있다.  그래서 애플이 어떤 이유로든 앱을 승인하지 않는다면 아이폰/팟/패드 사용자들에게 (해킹을 하지 않는다면) 개발한 앱을 배포할 수가 없다.  즉 디바이스 - 소프트웨어 - 어플리케이션이 모두 애플의 경험에 따르는 것이다.  그래서 중앙집권형 생태계는 잘 만든다면 매우 깔끔하고 심플한 경험을 줘서 사용하기가 편하고 쉽다.  이건 애플 제품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큰 이유이다.  반면에 정해진 틀에 따라서 움직이기에 선택의 폭이 좁고 다양한 경험을 주기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애플 사용자들은 스티브 잡스가 생각하는 방법을 무조건 따르는 사람들이란 농담만은 아닌 농담을 하곤 한다. 
 
 
자유방임형 생태계
자유방임형 생태계는 기본 규칙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자율권을 주는 생태계이다.  가장 좋은 예는 안드로이드이다.  우선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한 디바이스는 누구나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시장에는 삼성, LG, 모토롤라부터 이름을 못 들어본 중국업체가 만든 안드로이드 디바이스가 있다.  (참고로 안드로이드 마켓이나 안드로이드에 올라가는 구글 서비스는 오픈이 아니라 구글과 계약을 해야 올릴 수 있다.)  안드로이드가 오픈소스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고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하기 위해서 구글에 내야하는 돈은 전혀 없다.  안드로이드 앱 역시 공개된 API를 사용해서 자유롭게 무료로 개발할 수 있고, 개발한 앱은 안드로이드 마켓에 올려도 되고 자신들이 웹사이트등에서 직접 배포할 수도 있다.  안드로이드 기반의 마켓을 별도로 만드는 경우도 있는데 SK 텔레콤이 만든 티스토어가 좋은 예이다.  즉 자유방임으로 개발된 서로 다른 회사들의 디바이스 - 소프트웨어 - 어플리케이션이 하나의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자유방임형 생태계는 사용자들의 선택이 폭이 넓어서 내 취향에 맞는 제품을 선택해서 취향에 맞게 사용할 수가 있다.  이렇게 사용자에게 선택권을 주자는 안드로이드, 크롬, 구글 TV 등 구글이 만드는 생태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본 철학이다.  반면 자유방임형 생태계는 풀어놓다보니 같은 생태계 안에서도 분산된 경험으로 사용자들이 헷갈릴 수 있고 품질 관리가 안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생태계 싸움 
생태계 구축에 크게 관심이 없었던 회사들도 요즘은 너도나도 API를 공개하고 마켓을 만드는 등 생태계 구축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생태계는 여러개가 존재하기 힘들어서 여러 생태계들이 생겨나지만 결국은 2~3개 정도만이 어느 정도의 규모를 가지고 살아남는 것 같다.  그리고 많은 경우에 자유방임형 생태계와 중앙집권형 생태계가 하나씩 살아남아서 양대 구도로 경쟁을 한다.  80년대 초에 춘추전국시대였던 PC의 OS 싸움에서 결국은 원도우즈와 맥이 남은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또한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모바일 생태계 싸움이 애플의 iOS와 구글의 안드로이드 양대 구도를 만들고 있는 것 역시 그 예이다.
 
자유방임형 생태계가 맞는지 중앙집권형 생태계가 맞는지는 좋은 질문이 아니다. 제품이나 상황에 따라 다르다가 정답이고 자유방임과 통제를 혼합한 모델이 나올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생태계 안에 있는 개발자, 제조사 등이 모두 이길 수 있는 건강하고 활발한 생태계를 만드냐이다.  모두가 함께 수익을 내면서 생태계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게 중요하고 구글과 애플은 서로 다른 방식을 고집하면서도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한 회사가 권력을 가지고 갑-을 관계를 만드는 것은 절대로 생태계가 아니고 이런 하청업체식 사고방식은 한국 기업들이 바꾸어야 할 사고라고 생각한다.  또한 생태계를 키우는 것은 남 좋은 일을 하는 것이고 내것만이 중요하다는 생각 역시 새로운 시대에서 뒤쳐지게 만드는 사고이다.  언젠가 한국기업에서 만들어가는 성공한 테크 생태계가 나올 날을 기대하면 글을 마친다.  
 
* 사진과 내용 전체를 복사해서 글을 퍼가지 말아주십시오. 제 글로 링크를 거는 형식으로 퍼가는 것은 대환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