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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들에게 배운 협상의 기술

내가 지금 구글에서 하는 일은 사업제휴(business development)이다.  사업제휴에 대한 이야기는 사업제휴에 대한 내 블로그 글이나 안우성님(@revoline)이 3부에 걸쳐 쓴 글을 참조바란다.  
 
전략적 제휴를 맺는 일에 가장 중요한 기술은 협상의 기술인데 나에게 협상이라는 것을 처음 가르쳐 준 경험은 미국으로 MBA 오기 전 삼성전자에서 이스라엘 시장을 담당할 때였다.  나는 학부를 졸업하고 삼성전자 휴대폰 해외영업팀에서 커리어를 시작했고 내 담당은 이스라엘 시장이었다.  이스라엘 통신사업자나 휴대폰 거래선들과 영업딜을 하는 것이 나의 일이였고 이스라엘로 출장도 자주 다녔었다.  그러면서 중국, 인도와 함께 세계 3대 상인이라고 불리는 유대인들을 상대로 협상을 해야하는 어렵지만 많은 것을 배운 경험을 했다.  자랑스러운 일은 이때 이스라엘 휴대폰 시장에서 삼성이 1등을 했고 이 경험은 MBA를 올때나 구글에 입사할때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번 블로그에서는 정말 지독하다는 말을 들을만한 유대인들과 (정확하게는 이스라엘 사람들과) 일하면서 배운 협상의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참고로 회사가 인수되면서 이스라엘 사람들과 일을 많이 하게 되었다는 라이코스 CEO 임정욱(@estima7) 선배님과 최근 이스라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고 그러면서 이를 블로그로 써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논리
(사진: 이스라엘의 수도 텔아비브의 모습. 매우 개방적이고 활발한 도시임.)
이스라엘 사람들이 협상에 강할 수 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이들은 문제를 논리적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다. 어떤 상황에서 왜 이런 주장을 하는지를 항상 논리적인 이유와 함께 이야기한다.  "왜?"에 대한 답과 함께 문제를 접근하는 사람을 상대로는 그 답이 말이 되건 안되건 "왜?"에 대한 명확한 답이 없이 접근하는 사람이 이기기 힘들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무언가를 요청할 때는 항상 왜 그런 요청을 하는지 강한 논리와 함께 요청을 하고, 상대방이 안된다는 답을 한다면 왜 안되는지에 대한 논리적인 이유를 요구한다.  그래서 이스라엘 회사와의 협상 자리에서는 우리가 갑이니까 안된다면 안된다 식의 접근이 절대로 통하지 않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논리적인 이유를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준비가 되어있다는 뜻이다.  자신의 논리를 고민하고 준비하지 않는다면 "왜?"의 답을 논리적으로 이야기할 수 없다.  
 
 
원하는 것이 분명함
(사진: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까지 여러 종교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예루살렘.)
이스라엘 사람들은 원하는 것이 무척 분명하다.  그리고 그 원하는 것을 무례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분명하게 이야기한다.  이는 체면을 위해 원하는 것이 있어도 이야기하지 않는 한국 문화와는 상반된다.  예를 들어 이스라엘 식당에서 식사를 시켰는데 내가 원하는 맛이 아니라면 이스라엘 사람들은 이건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니 안먹겠다고 한다.  그러면 식당에서는 그 식사를 치워주고 돈을 받지 못한다.  그래서 이스라엘 사람들은 "saying something is better than saying nothing (말이라도 해보는 것이 아무말도 안 하는 것보다 낫다)"라는 표현을 종종 쓴다.  더 나아가서 이들은 원하는 것을 얻을 때까지는 역시 무례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끈질기게 달려든다.  그래서 이스라엘 회사를 상대하면서 그쪽에서 원하는 것에 대한 우리의 답이 no인 상황에는 정말 공격적으로 오만가지 논리를 바탕으로 원하는 것을 요구한다.  한국 사람들은 냉정하게 거절하기보다는 생각해보겠다 등의 대답으로 거절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는 이스라엘 사람들과 협상할때 절대로 피해야할 일이다.  이들에게 생각해보겠다는 끝까지 달려들 이유를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전에 삼성 임원들이 냉정하게 no를 하지 못해서 결국 이스라엘 거래선의 끈질김에 말린 경우도 종종 있었다.  
 
 
득과 실을 계산
(사진: 아름다운 텔아비브 해변가.)
유대인들은 계산이 빠르다는 말을 많이 한다.  하지만 수학적인 계산은 오히려 머리좋은 한국 사람들이 빠른 것 같고 유대인들은 주어진 상황에서 자신의 득과 실을 계산하는 것이 본능과 같이 빠르다는 생각이 든다.  협상이라는 것은 결국 서로 주고 받는 과정이기 때문에 자신의 득과 실을 정확히 판단한다면 현명하게 협상을 진행할 수가 있다.  이렇게 득과 실의 계산이 뛰어난 점은 전세계 금융시장에서 유대인들이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이유 중에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자신의 득만 챙기고 손해보지 않으려는 유대인들의 태도는 역사적으로 많은 곳에서 반유대인 정서를 가져온 원인 중에 하나인 것 역시 사실이다.  
 
 
개인적 친분을 중요시
(사진: 이스라엘에서 매우 유명한 앵커우먼인 미치 하이모비치. 친분이 있는 이분이 이스라엘에서 직접 본인의 방송국 투어까지 시켜준 적이 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이렇게 득과 실을 계산하지만서도 한국 사람들과 비슷하게 개인적인 정과 친분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일할때는 한바탕 치고받지만 일 밖에서는 형제라고 부르면서 개인적인 일을 챙겨주고 출장가면 하루 저녁도 혼자 밥먹지 못하게 하고 주말에는 이스라엘 곳곳을 관광시켜주는 사람들이 이스라엘 사람들이다.  또한 이스라엘 사람들은 네트워킹을 참 열심히 하고 누가 중요한 인물인지를 잘 파악해서 그런 사람들과 열심히 친해지려고 하거나 괜히 친한척 하는 경향도 있다.  이스라엘은 인구가 7백만 정도라서 한다리 건너면 정말 다 아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미국 사회에서 유대인의 힘
(사진: 성경에서 예수가 쓴 가시관을 만들었다는 이스라엘에서 볼 수 있는 가시가 길고 굵은 싯딤나무.)
유대인들은 2천년 동안 나라없이 전세계로 방랑생활을 하면서도 민족성을 잃지 않고 다시 나라를 세운 민족이다.  미국에서 유명한 창업자, 과학자, 예술인, 금융인 등 중에 유대인은 셀 수 없이 많다.  대표적인 몇명만 생각해봐도 빌 게이츠, 아인슈타인, 스티븐 스필버그, 조지 소로스, 루퍼트 머독, 워런 버핏, 앨런 그린스펀, 세르게이 브린, 엔디 글로브, 마이클 블룸버그, 마크 저커버그 등 대단한 리스트가 나온다.  그래서 미국사회에서 유대인이 가진 위치는 강력하고 이렇기 때문에 미국이 이스라엘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역사적으로 핍박도 많이 받았고 아직도 이스라엘은 적국들에 둘러쌓여 테러의 공포속에 살고 있지만 논리적으로 접근하고 원하는 것을 확실하게 챙기는 크게는 유대인들, 작게는 이스라엘 사람들의 성향은 이들을 성공적인 민족으로 만든 바탕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내 새 사무실 사진을 올린다.  구글 TV 팀이 커지면서 새 건물로 이사했고 넓고 쾌적한 개인사무실을 쓰게 되었다.  TV 관련 일을 하면서 좋은 점은 사무실에 TV가 있다는 점인 것 같다 ㅎㅎ.  
 

* 사진과 내용 전체를 복사해서 글을 퍼가지 말아주십시오. 제 글로 링크를 거는 형식으로 퍼가는 것은 대환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