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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cebook 영화에서 본 실리콘밸리와 창업가 문화

이번 블로그에서는 마크 주커버그와 주변 인물들이 Facebook을 만들어가는 내용을 다룬 영화인 The Social Network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영화평을 쓸 생각은 전혀 아니고 이 영화의 내용 곳곳에서 보인 실리콘밸리와 창업가의 모습과 문화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영화를 보고 바로 페이스북, 실리콘밸리, 창업을 이해하기 좋은 영화라는 트윗을 했듯이 이곳을 문화와 모습을 잘 보여준 영화였다.  참고로 영화내용을 이야기하지 않을테니 영화를 안보신 분들도 부담없이 읽어주시길 바란다.
 
 
우선 영화는 무척 재미있었다.  그래서 시간가는줄 모르고 보았다.  (참고로 이 영화는 The Accidental Billionaires라는 책을 바탕으로 한 것이고 책이 더 재미있다고 한다.)  내용, 각본, 연기 등 모두 나중에 큰상 하나 받아도 문제가 없을 수준이었다고 생각하고 특히 아론 소킨이 각본을 맡아 빠르게 진행되는 대사의 묘미는 영화의 재미를 더해준다.  하지만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듯 실제 마크 주커버그나 페이스북의 이야기에 과장이 많이 들어간 픽션이다.  이건 마치 자기에게 일어난 어떤 일을 친구들과 술먹으면서 할때는 과장과 뻥이 들어가는 것과도 비슷한 것 같다.  내 주변에 페이스북의 인사이드 스토리를 잘 아는 한분은 마크 주커버그는 그렇게 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다라는 말로 이 영화는 픽션이 강하다는 이야기를 해주기도 했다.  이 영화의 내용이 얼마나 사실이든 이 영화에는 실리콘밸리 창업 문화가 잘 표현되어 있다.  몇가지를 살펴보자.   
 
 
 
제품이 먼저  
 
영화에서 페이스북이 성장하면서 계속 나오는 논쟁은 아직 서비스가 완전하지 않으니 일단 제품 자체에 집중하자와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자를 둘러싼 것이었고 일단 제품에 집중하자가 결국 페이스북이 이렇게 크게 된 이유 중에 하나로 그려진다.  이렇게 수익모델보다는 일단 좋은 제품/서비스에 집중하자는 실리콘밸리 인터넷 회사들이 가지고 있는 매우 근본적인 철학이다.  수익이라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제품을 만들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믿고 있고 구글이 좋은 검색엔진에만 집중했고 여기서 얻은 트래픽을 나중에 광고와 접목시킨 것이 좋은 예 중에 하나이다.  실제로 회사에서 (전 구글본사 신규사업제휴팀에서 일하고 있음) 신사업을 최고경영진에게 이야기할때 수익모델을 언급하면 보통 일단 유저에게 줄 수 있는 가치를 먼저 고민하라는 피드백을 들을 때가 많다.  물론 이건 당장 돈을 벌지 않아도 회사를 운영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건 1) 인터넷 사업은 운영비가 상대적으로 적고 2) 투자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돈을 벌까보다 어떻게 더 좋은 서비스나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까에 집중한 것은 성공한 많은 실리콘밸리 인터넷 기업들의 성공요인이기도 하다.  
 
 
 
실행능력
 
이 영화에서는 마크 주커버그가 아이디어를 도용해서 페이스북을 만들었다고 그를 고소한 Winklevoss 형제와의 관계가 다루어지는데 마크 주커버그는 그들이 아이디어만으로 페이스북을 만들 수 있냐, 내가 정말 좋은 의자를 만들면 처음 의자를 만든 사람에게 돈을 주어야하냐고 반박을 한다.  이게 실리콘밸리에서 더 나아가서는 테크산업에서 매우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즉 아이디어는 사방에 널려있고 비슷한 아이디어를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그 아이디어를 사람들이 사용할 제품으로 만들고 이를 페이스북같은 회사로 키우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고 이게 진정한 승자를 만든다.  아이디어를 성공적인 사업으로 실행하는 능력 (그게 운이든 실력이든).. 이게 진짜 중요한 것이고 이게 수많은 소셜네트워크들 속에서 강자가 된 페이스북이 대단한 진짜 이유라고 생각한다. 
 
 
 
투자 생태계
 
영화에서는 테크회사가 창업해서 회사를 키워가면서 거치는 투자의 과정도 간단히 엿볼 수가 있다.  처음에 페이스북을 만들때는 마크 주커버그의 공동창업자인 Eduardo Saverin이 개인돈을 투자하는데 이를 seed money라고 한다.  즉 초기 설립 비용과도 같은 것으로 보통 창업자가 개인돈을 쓰던가 다른 개인 투자자(angel investor)로부터 돈을 받는다.  그리고 회사가 성장하면서 회사를 제대로 운영할 수 있는 어느 정도 규모의 투자를 개인 투자자에게 받고, 계속 잘되면 VC로부터 큰 투자를 받아 몸집을 키운다.  angel round, series A, series B 등과 같이 이런 단계를 표현하는 용어들이 있다.  페이스북의 경우는 2004년 페이팔 창업자인 Peter Thiel에서 $500,000를 투자받았고, 1년 후 회사가 더욱 성장하면 2개의 VC로부터 각각 $12.7 million과 $27.5 million을 투자 받아 결국 오늘날 $10 billion이 넘는 가치의 회사가 되었다.  
 
 
 
근무환경
 
영화 이곳 저곳에서는 자유롭게 일하는 실리콘밸리의 문화라던가 밤낮없이 일하는 스타트업 개발자들의 모습 등도 쉽게 볼 수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자세히 이야기 안 하겠지만 영화에서 잘 표현했다고 생각되는 장면들이 꽤 있었다.  
 
 
 
아쉬었던 점
 
이 영화가 영화 자체로는 뛰어나지만 geek들을 사교성이 부족하고 하버드 대학에 좋은 학생클럽에는 못 들어가는 사람들로 묘사되는게 아쉽고, 무엇보다 소셜 네트위크라는 것의 깊은 의미보다는 단순히 여자를 만나기 위해서 사용되는 가벼운 도구 정도로 보여진 점이 제일 아쉽다.  각본을 쓴 아론 소킨은 소셜 네트위크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 소통으로 하고,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속도로 양질의 정보가 전달되고, 관심 분야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쉽게 교류할 수 있는 소셜 네트위크의 깊은 힘에 대해서.. 결국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성장한 소셜 네트위크의 진정한 의미는 전혀 표현되지가 않았다.  그래서 이 영화는 미국의 영화 평론가들에게는 전반적으로 좋은 평을 받은 반면에서 미국 테크계에 일부 오피니언 리더들에게는 비난을 받고 있다.    
[2010년 10월 20일 추가: 얼마전 주커버그가 이 영화에 대한 질문에 답을 하면서 내가 여기서 이야기한 비슷한 내용을 이야기했다.  여기서 그 동영상을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최근에 Facebook에서 일하는 친구들과 팔로알토에 있는 페이스북 본사에서 찍은 사진을 올린다.  구글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많이 페이스북으로 옮겨서 점심 먹으면서 아는 사람을 끝도없이 만난 것 같다.  마크 주커버그는 26살의 나이에 자신의 이야기가 영화로 다루어지는 기분은 어떨지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글을 마친다.  


* 사진과 내용 전체를 복사해서 글을 퍼가지 말아주십시오. 제 글로 링크를 거는 형식으로 퍼가는 것은 대환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