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블로그에 새 글을 올리지 않습니다.
새로운 글들은 제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해주세요.
카테고리 없음

구글에서 일하면서 경험하는 구글의 8가지 경쟁력

이번 블로그에서는 그 동안 내가 구글에서 일하면서 내부에서 느끼고 경험하는 구글의 경쟁력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 저는 구글 본사에서 신규사업제휴 일을 하고 있으며 본 글은 제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을 바탕으로 쓰는 글이지 구글의 공식 입장이나 의견이 아님을 분명히 합니다. 

* 본 블로그 글은 4월 28일자 한국경제에 제 인터뷰와 함께 기사로 실렸습니다.  
 
 
1. Powerful한 Manager들

 

우선 용어 정리부터 하자.  매니지먼트라고 하면 보통 회사에서 임원급을 의미하고  VP, 상무, 전무 등 회사마다 체계도 다르고 그 안에 직급도 다양하다.  매니저라고 하면 간부 단계에서 실무를 담당하는 사람들로 매니저, 과장, 차장 등 역시 회사마다 이름/체계가 다르고 여러 단계의 매니저들이 있다.  여기선 크게 여러 단계를 포괄하는 의미에서 매니지먼트와 매니저라고 하겠다.  
 
구글의 직급 체계는 다른 회사들에 비해서 평평하고 매니저 단계이 두껍고 서로 구체적인 직급을 잘 모르고 관심도 없다.  3년전 구글에 처음 왔을때 내 멘토에게 주변 사람들 직급을 물어봤을때 "음.. 잘 모르겠는데"라는 반응에 놀랐던 기억이 난다.  여기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어떤 일을 담당하고 있냐는 것이다.  
 
구글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경쟁력 중에 하나는 실무를 진행하는 매니저들이 강력하다는 점이다.  매니저들에게 많은 권한을 주고 일을 추진하게 해주고 물론 이에 따른 책임도 같이 따라온다.  그래서 그 일을 제일 잘 이해하는 직접 추진해야할 사람이 판단해서 일을 진행하게 해준다.  물론 매니지먼트의 리뷰와 승인을 받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모르는 매니지먼트의 일방적인 지시로 일이 진행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보통 회사에서는 어떤 일을 진행하는 매니저가 최고 경영진에게 보고할 일이 있으면 그 중간에 임원 단계을 거쳐서 올라갈 것이고 막상 그 일을 담당하는 매니저와 최고 경영진과의 직접적 교류은 없다.  하지만 구글에서는 어떤 일을 최고 경영진에게 리뷰를 받을 일이 있다면 담당하는 매니저가 직접 발표하고 그 중간에 임원은 뒤에 앉아서 매니저를 보조하는 역할을 해준다.  그래서 X 제품을 담당하는 상품기획 매니저는 이 제품에 대한 권한을 가지고 일을 하고, Y 회사와 전략적 제휴를 맺는다면 그 딜을 담당하는 나같이 사업제휴 매니저에게 칼자루를 줘어준다,  이럴때 일이 실질적으로 진행되고 혁신도 따라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매니지먼트는 매니저들이 제일 잘할 수 있는 일을 추진해게 해주고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게 가이드해주고 또 여기서 나오는 성과에 대한 보상과 인정을 해주는 역할이 중요한 것 같다.  언젠가  에릭 슈미트가 직원들에게 자신의 역할은 당신들 같이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서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란 말을 인상깊게 들었던 기억이 난다.  매니저가 매니지먼트를 보조, 수행하면서 매니지먼트가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게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매니지먼트가 매니저의 올바른 의사결정을 도와주는 시스템. 이게 구글이 가진 큰 힘이라고 믿는다.  
 
* Then what about Apple?
애플에 다니는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애플은 조금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어서 많은 의사결정이 위에서 내려오고 직원들은 그에 따른 모듈 역할을 한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라는 시대가 낳은 인물이 위에서 지휘하기에 끊임없는 혁신이 가능한 것 같다.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혁신적인 두회사로 꼽히는 구글과 애플의 배후에는 많이 다른 문화가 밑바탕에 있다는 사실은 흥미로운 일이다. 
 
참고로 위 사진은 회사에서 스티브 잡스를 만난 역사적인 날 찍은 것으로 오른쪽이 스티브 잡스, 가운데 뒷모습이 래리 페이지, 왼쪽이 에릭 슈미트이다.  이건 거의 슈퍼맨, 배트맨, 스파이더맨을 동시에 보는 것과 같은 장면.  오랜 나의 우상인 스티브 잡스와 짧은 대화를 나눈 잊지 못할 날이었다. 
 
 
2. Dogfooding 
도그푸딩이란 회사가 만드는 제품을 그 회사 사람들이 사용한다는 뜻으로 "eat your own dogfood"이란 말에서 유례된 표현이다.  구글은 뭘하건 항상 도그푸딩을 한다.  일단 회사에서 내부적으로 사용하는 메일, 일정, 문서 등이 모두 구글 제품들이고 더 나아가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면 직원들을 대상으로 출시 전에 도그푸딩을 시작해서 미리 평가를 받는다.  기존 제품에 새로운 기능을 출시전에 사내 시스템에 먼저 적용되어 직원들의 반응을 보고, 새로운 제품는 발표 전에 직원들이 내부적으로 이미 사용해보게 한다.  구글 직원들처럼 구글 세계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없기에 구글 직원들에게 통하지 않는 제품이 밖에 나가서 잘 되기는 어렵기에 개발 단계에서 이렇게 직원들의 평가를 받는 것은 더 좋은 제품을 개발하는데 도움이 된다.  또한 부가적으로 어떤 제품이 출시되었을때 직원들은 도그푸딩을 통해 그 제품에 대해서 잘 알고 있어서 주변에 홍보하는데도 좋은 것 같다.  지금 내가 담당하고 있는 "극비" 프로젝트는 소수 구글 직원들을 대상으로 도그푸딩을 하고 있고 도그푸딩 규모를 점차 늘려가고 있다.  [2011년 2월 업데이트: 그 극비 프로젝트가 구글 TV입니다.]
 
 
3. User User User!
구글이 제품을 만들때의 기본 철학은 "유저에게 최고 제품을 만들자, 그럼 수익 기회는 따라올 것이다"이다.  새로운 제품을 만들때는 이 철학을 정말로 따르고 초기에 수익 이야기는 거의 안 나온다.  물론 이건 구글이 온라인 광고에서 돈을 워낙 많이 벌고 있어서 그럴만한 여유가 있어 가능하다는 의견이 있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구글의 cash cow인 온라인 광고도 회사 초기에 수익 모델보다는 검색 알고리즘에 집중했었기에 오늘날 구글의 온라인광고 비즈니스가 가능해진 것이다.  최근 구글은 안드로이드 등과 같이 플랫폼에 많이 들어가는데 이럴때도 (물론 플랫폼을 통해서 사람들이 웹을 더 많이 사용하면 궁극적으로 구글의 광고 수익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플랫폼 통한 직접적인 수익을 생각하기보다는 제일 좋은 플랫폼을 만드는데 최우선 순위를 둔다.  나는 구글에서 주로 플랫폼 일을 많이 해 왔는데 같이 제휴하는 파트너들에게 구글은 뭘 얻으려고 이 제품을 개발하는거냐는 질문을 받을때가 종종 있다.  그럴때의 웹이 계속 클 수 있도록 더 좋은 서비스와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라는 답을 주고 이게 정말 정답이다.  이런 기본 철학이 남들과는 다른 제품을 개발할 수 있게 해주는 바탕이 되는 것 같고 기존 생태계를 바꾸는 제품 출시를 가능하게 만들어준다고 생각을 한다.  
 
 
4. 3두 정치의 균형
구글은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박사과정 중에 공동 창업을 했고 회사가 성장하면서 구글에 투자한 VC의 영향으로 에릭 슈미트를 CEO로 영입했다. (에릭은 구글의 223번째 직원임.)  이 3명이 건강한 균형을 유지하면서 큰 분쟁없이 회사를 이끌고 있다는 점 역시 구글의 큰 경쟁력이다.  에릭은 경영, 래리는 제품, 세르게이는 기술이라는 리더쉽의 균형으로 두 창업자는 더 미래를 내다보면서 구글의 아버지 역할을 한다면 에릭은 회사가 잘 굴러가게 하는 어머니 역할을 한다.  대장이 여러명이면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지만 이 세명이 조화를 이루며 구글을 키워온 것이 오늘날 구글이 있게 했다,  회사에서 이 3명이 서로를 존경하면서 행동하는 모습을 종종 접할 수 있는데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2011년 2월 업데이트: 11년 4월부터 에릭은 래리 페이지에게 CEO자리를 물러줌. 성장한 창업자에게 CEO자리를 물러주는 자연스러운 과정임.]
 
 
5. Open된 Top Management
구글에서 일하다보면 최고 경영층들의 이야기를 들을 일이 자주 있다.  우선 매주 금요일 오후에는 전직원을 대상으로 TGIF라는 일종의 다운홀 미팅이 있어서 구글의 최고 경영진이 나와서 그주에 있었던 주요 이슈나 새로 출시한 제품 등에 대한 이야기하고 직원들의 질문을 받는 시간을 가진다.  꽤 구체적인 이야기가 공유되고 칭찬할 것은 칭찬하고 반성할 것은 반성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직원들이 던지는 질문은 단도직입적이고 "XX상황에 대한 우리의 대책이 뭐냐?"처럼 공격적인 경우도 있다.  Google Moderator를 이용해서 직원들이 그 주에 질문하고 싶은 내용을 올리고 이 질문들을 또 직원들이 투표해서 제일 표가 많은 질문부터 최고 경영진들이 답을 한다.  또한 매 분기마다 에릭 슈미트는 이사회에게 발표한 그 분기 실적 발표를 직원들에게도 공유하고 질문을 받는 자리를 가진다.  이런 자리들은 직원들이 투명하게 회사의 상황과 방향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더 나아가 회사에 대한 주인 의식을 가지게 해준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사장님 월례사가 아닌 개방된 최고 경영진의 의사소통은 앞으로 회사 규모가 더 커져도 잃지 않는 구글의 문화이길 바란다. 
 
 
6. 20% Project
20% 프로젝트는 많이 들어보셨겠지만 20%의 시간을 자신의 본업이 아닌 다른 프로젝트를 할 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이다.  한가지 오해가 없어야할 것은 일단 20% 프로젝트는 주로 개발자들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이고 아무거나 맘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그만한 시간을 쓸만큼 영양가가 있다고 판단되어야 가능한 것이다.  예를 들어 한 개발자가 20%의 시간에 완전히 새로운 서비스를 구상해서 개발해보고 싶다면 기회를 주고 이게 잘 된다면 향후에 기존 제품에 추가 기능으로 들어가거나 새로운 제품으로 출시될 수도 있다.  Gmail도 몇몇 개발자들이 모여서 더 좋은 이메일 서비스를 만들어보자는 20% 프로젝트로 시작해서 구글의 대표 제품으로 성장한 것이고, 요즘은 개발자들이 20% 프로젝트로 만든 안드로이드 앱들도 종종 보인다.  또한 내 업무와 상관이 없는 다른 일에 내 20%의 시간을 써서 참여하고 싶다면 내 보스와 그쪽 팀에서 모두 승인하는 경우에는 20% 시간에 다른 일에 참여하기도 한다.  이렇게 20%로 참여하다가 아에 그 팀으로 옮기는 경우도 가끔씩 있다.  이런 20% 프로젝트는 뭔가 새로운 일을 추진해보고 싶은 욕구를 충족 시켜주기도 하고 창의적으로 새로운 것을 개발하는 기회를 주기도 한다.  또한 이런 과정에서 나오는 결과물들이 결국은 회사의 자산으로 돌아온다. 
 
나는 신규사업일을 하기에 자연스럽게 20% 프로젝트들에 참여할 기회가 많아서 보통 주요 프로젝트 외에 1~2개의 20% 프로젝트에 동시에 개입이 되어있는 경우가 많다.  지금 도와주고 있는 20% 프로젝트인 Liquid Galaxy는 Techcrunch에서 Google's Coolest 20% Project라고 소개하기도 했는데 TV 스크린 8개를 연결해서 Google Earth를 보여주는 일종의 홀로덱으로 앞으로 여러 용도로 발전할 수 있는 재미있는 제품이다.  위에 링크한 글에 있는 동영상을 참조.   
 
 
7. 일하는 시간과 장소 신경 안쓰기
일을 몇시에 어디서 하냐를 전혀 신경쓰지 않는 대신 뭘 언제까지 했냐를 신경쓰는 것 역시 구글이 가진 경쟁력이다.  이와 관련된 이야기는 이전 글들에게 많이 이야기해서 여기서 길게 쓰지는 않겠다.  예전에 쓴 글인 Google과 삼성에서 경험한 일하는 문화 차이 1편을 참조하면 제일 좋을 것 같다.  
 
 
8. 의식주 중 "식"
잘 아시겠지만 구글은 하루 3식이 직원 및 방문자에게 공짜이다.  Googleplex(구글 본사)에는 15개가 넘는 식당이 있고 각 식당마다 메뉴도 다르고 다른 도시에 있는 오피스에도 식당은 꼭 있다.  또한 사무실 곳곳에 마이크로 키친이라고 부르는 음료,스넥,과일 등이 있는 공간이 있어서 맘껏 집어 먹을 수 있다.  확실히 사람은 단순해서 잘만 먹여줘도 불만이 많이 없어지고 또 하루 갑자기 뭘 공짜로 주면 난리가 나도 항상 공짜로 있으면 이를 남용하지 않는 것 같다.  이런 식당은 구글 오피스를 와보고 싶어하는 곳으로 만들고 와서 밥먹기도 좋아서 나처럼 외부 사람들을 많이 만나야하는 하는 경우에 미팅 장소가 우리 사무실인 경우가 많아 편하고 시간이 절약된다.  이런 시스템은 꼭 구글만이 아니라 페이스북 등 실리콘밸리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일이다.  
 
* 사진과 내용 전체를 복사해서 글을 퍼가지 말아주십시오. 제 글로 링크를 거는 형식으로 퍼가는 것은 대환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