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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repreneur가 성공하는 환경과 문화 만들기

사진의 배경은 San Francisco 우리집 앞에 있는 Bay Bridge와 Gap 창업자가 세운 대형 큐피트 조각임.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다보면 제일 자주 접하는 사람들 중에 한 부류가 entrepreneur이다.  또 내가 하는 일의 성격상 (구글 신규사업개발) 다양한 startup들을 만날 기회도 참 많다.  이렇게 자기 사업을 시작한 분들이 넘치는 곳이 실리콘밸리이고 Google부터 시작해서 무섭게 떠오른 Facebook뿐 아니라 이젠 old boy처럼 느껴지는 Apple까지 entrepreneur가 차고 혹은 학교에서 시작해서 성공한 회사들이다.  이런 급의 회사들까지 아니더라도 주변엔 사업을 시작해서 회사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거나 exit을 해서 큰 돈을 번 분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혹시 모르는 분들을 위해 설명하면 exit을 했다는 말을 사업을 키워서 acquisition이나 IPO를 통해서 돈을 벌고 그 사업에서 손을 땐 경우를 말한다.  예를 들어 A씨가 AA라는 회사를 창업하고 이를 BB라는 회사에 큰 돈을 받고 팔았다면 A씨는 exit을 했다고 말한다.  한국말로 제일 가까운 표현은 "대박"이 아닐까한다. ㅎㅎ  암튼 그래서 큰 돈을 번 사람도 많고 또 그렇게 창출된 부가 또 부을 부르고 수많은 고용을 창출하는 곳이 실리콘밸리이다.  
 
그럼 왜 실리콘밸리에는 이렇게 성공한 entrepreneur들이 넘쳐나는데 똑똑한 사람들이 많은 한국에서는 이렇게 성공한 entrepreneur가 많지 않을까라는 질문은 많은 분들이 한번쯤은 생각해봤을 내용이고 이 동네에서 같이 일하는 한국분들을 만나면 자주 등장하는 대화 주제이기도 하다.  이번 블로그에서 실리콘밸리와 한국은 뭐가 달라서 이런 차이를 만드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1. Venture Capital
이 entrepreneur 주제가 나오면 제일 먼저 나오는 이야기는 투자이다.  사업을 성공적으로 시작하려면 크게 3가지가 필요하다고 본다.  1) 아이디어, 즉 뭘 할꺼냐?  2) 사업을 꾸려나갈 operation 능력  3) 돈.  그래서 1, 2번을 가지고 있지만 3번이 없는 사람들에게 돈이 있는 사람들이 투자하는 행위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고 이것이 결국 venture capital이 존재하는 이유이다.  실리콘밸리의 venture capital 생태계는 따라올 곳이 없기에 전세계에서 사업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이 투자를 받기 위해 모이는 곳이고, 오늘날의 실리콘밸리가 있기까지 훌룡한 startup들과 함께 venture capital들이 양대 뿌리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Kleiner Perkins나 Sequoia Capital같이 유명한 venture capital들은 실리콘 밸리 Menlo Park라는 도시에 있는 Sand Hill Road라는 길에 모여있기도 하다.  이렇게 사업할 돈이 없어도 좋은 아이디어와 능력이 있다면 투자를 받아서 당장 먹고사는데 어려움이 없이 사업을 하면서 꿈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이 되기에 Google같은 회사가 생겨날 수 있었다.  물론 실리콘밸리에서 vc에게 투자를 받는게 쉽다는 말은 절대 아니고 노련한 vc들에게 투자액보다 큰 return을 줄 수 있는 회사라는 것을 보여주었을때만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투자를 시작하면 단순히 돈만 주는 것이 아니라 vc들이 가진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사업을 더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까지 한다.  예를 들면 구글의 어린 두 창업자에게 외부에서 전문 CEO를 영입하라고 조언한 것이 구글에 투자한 vc이고 그래서 결국 Eric Schmidt가 구글로 오게 되었다.  
 
반면에 한국의 투자 환경은 투자 받을 곳이 극히 제한되어 있고 흔히 창투사라고 부르는 국내 vc들은 보통 투자를 하면서 사업가의 집담보를 받는 여기 문화로 생각하면 웃기지도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  Disruptive Technology 이론으로 유명한 Harvard의 Christensen 교수가 07년에 한 이말이 정곡을 찔러주는 것 같다. "일본이나 한국 기업들은 과거에 Disruptive Innovation에 성공하여 미국 기업들을 따라잡았지만 이를 지속하지 못했다. 반면 미국의 기업들은 일본과 한국 기업들에게 파괴 당했지만 계속해서 이노베이션을 만들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벤처캐피털 생태계가 있기 때문에 재역전할 수 있었다." (인용 출처: 이안님의 Blog on the shore)  
 
 
2. Angel Investing
이런 투자의 기회는 꼭 vc에게서만 오는 것이 아니다.  실리콘밸리를 움직이는 또다른 큰 힘은 angel investor들이다.  Angel investor란 vc처럼 start up에 투자하는 개인들을 의미한다.  보통 크게 exit한 분들이 그렇게 번 돈으로 또 다른 startup에 투자를 하고 그래서 그 회사도 잘되면 투자 받은 사람은 사업에 성공하고 투자한 사람은 더 큰 돈을 벌어서 더 투자하고.. 이런 선순환이 계속 되는 곳이 실리콘밸리이다.  얼마전 BusinessWeek에 "Google's Real Power—Angel Investors"라는 글이 실렸다.  구글의 진정한 힘은 구글에서 돈을 많이 번 사람들이 그 돈을 계속 startup에 투자를 하는 것이란 내용의 글이다.  구글 초창기 때 입사한 사람들은 회사에서 받은 주식으로 상상 이상의 부를 얻었고 이런 사람들이 벌써 400개가 넘는 회사에 투자를 해서 startup들이 계속 새로운 아이디어를 펼칠 수 있는게 했다.  이 글에서 소개된 26명의 구글러들을 보면 회사에서 자주 얼굴 보는 분, 같은 건물 같은 층에서 일하는 분, 종종 같이 골프 치는 분 등 가까운 분들이 있는데 이런 분들이 이렇게 많은 부를 가지고 많은 startup에 투자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자극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의 angel investor 시장이 어떤지는 정확히 판단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주변에서 유능한 젊은 사업가들에게 투자를 하는 분들이 꽤 있는 것 같지만 보통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것 같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돈이 있는 사람들이 잘못 나서면 욕을 먹기 쉬운게 한국 사회라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언젠가 안철수 박사님이 주변에서 욕을 먹을까봐 안철수 연구소 지분을 못 팔겠다는 말씀을 하신적이 있다.  스스로 성공해서 번 돈은 떳떳하게 더 좋은 일에 쓸 수 있게 해주는 환경은 위에서 말한 선순환이 가능하게 해주는 바탕같다.  최근에 사업으로 큰 돈을 버신 선배님 몇분이 한국의 젊은 사업가들에게 투자를 시작하셨다.  본인의 성공을 한국의 entrepreneur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는 말씀을 듣고 감동했던 기억이 난다.  이런 분들이 더 많아져야 한국에서 나오는 젊고 참신한 아이디어들이 빛을 볼꺼라고 믿는다.  
 
 
3. 사회적 시각
그럼 돈 이야기는 그만하고 문화적인 이야기를 해보자.  한국에서 젊은 친구들이 사업을 시작한다고 하면 사회에서 좋게 보는 편은 아닌 것 같고 대기업이나 은행같은 곳을 들어가야 훌룡하다고 생각하는 문화가 강한 것 같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업을 시작한다면 아마 주변에 어르신들은 왜 좋은 회사 들어가지 않고 고생이냐는 말을 할테고 주변 친구들은 취직이 잘 안되서 사업한다는 생각을 하기도 할 것이다.  더 나아가 만일 사업을 하다가 잘 안 풀려서 그냥 취직을 하려고 한다면 인터뷰를 하는 회사에서는 그동안 뭐 했냐는 식의 반응을 보이기도 쉬울 것이다.  더이상 설명을 안해도 entrepreneur가 격어야하는 한국 사회에서의 인식를 이정도 이야기하면 느낄 것이라고 믿는다.  이런 사회적 인식이 위에서 이야기한 투자 문제와 함께 정말 뛰어난 젊은 청년들이 창업을 옵션으로 생각하지 않게 만드는 것 같다.  
 
실리콘 밸리의 경우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실리콘 밸리에서 젊은 entrepreneur의 위치는 높다.  창업이라는건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고 많은 고민과 노력에 능력이 따라줘야지 가능한 것이고 이에 대한 value를 높게 주는 것 같다.  이건 UC Berkeley에서 MBA를 시작할때도 많이 느낀 점이다.  McKinsey, Google, Goldman Sachs 등에만 불을 켤 MBA들 같지만 창업을 계획하고 오는 친구들도 꽤 있고 졸업하고 창업한 친구의 value를 좋은 컨설팅 회사 들어간 친구보다 낮게 보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나중에 정말 돈을 많이 벌 사람은 salary man의 길이 아니라 entrepreneur의 길이란 인식도 있다.  또한 구글에서 사람을 뽑다보면 좋은 회사에서 커리어를 잘 쌓은 사람도 좋지만 startup 경험 역시 높은 value를 주고 있다.  이렇게 entrepreneur들이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을 때 성공하는 사업가들이 나오고 또 그런 사업가들이 많이 나와야 더 존경을 받고.. 또다른 선순환이 여기 있는 것 같다.    
 
 
4. Exit Strategy
다시 돈 이야기로 넘어와보면 entrepreneur들이 계속 생겨나고 투자를 하고 사회적인 인식을 개선하려면 사업을 잘했을때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어야 하고 이 결과를 보여주기 좋은 지표는 결국 돈이다.  즉 exit을 얼마나 크게 할 수 있냐가 창업이나 투자를 불러일으키는 motivation이 될 수 있는데 미국에서 보통 크게 exit하는 경우는 $몇백 million (몇천억원)에서 $몇 billion (몇조원)의 규모가 나오기 때문에 말 그래도 엄청난 부를 창출할 수 있다.  YouTube가 창업한지 1년 8개월만에 Google $1.65 billion에 팔린 것이나 작년에 Facebook이 FriendFeed를 $250 million에 샀고 Amazon이 Zappos를 $850 million에 산 등 예는 끝없이 들 수 있다.  반면에 한국의 예를 보면 08년 말에 꽤 유명한 한국의 micro-blogging 사이트는 모 포탈에 $2 million도 안되는 금액에 팔렸다.  미국 기준에서 보면 어이없다고 생각되는 금액의 acquisition이고 사업 시작할때 진 빛을 갚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첫눈이나 TNC처럼 높은 가격에 인수된 몇 안되는 예를 제외하고 exit을 잘 했다는 예가 많지는 않다.  이건 결국 valuation의, 즉 회사의 가치을 얼마로 쳐주냐의 문제이다.  얼마전에 한국에서 성공적으로 exit을 두번 하신 entrepreneur와 식사 중에 한국의 valuation은 미국 기준에 1/10 이 안된다는 말을 들었는데 맞는 말 같다.  그럼 왜 한국의 startup들은 valuation을 많이 못 받냐의 문제는 시장 사이즈나 potential 등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고 이 블로그에서 명쾌한 답을 주기는 어려울 것 같다.  
 
 
5. 업체화
마지막으로 startup이 성공하고 entrepreneur들이 대접받는 환경이 오려면 같은 생태계에 있는 큰 회사들의 역할도 무척 중요하다.  여기서 한국 시장의 문제가 하나 있는데 이건 작은 회사들을 업체 취급하는 문화이다.  한국 대기업에서는 보통 규모가 작은 회사들을 파트너로 보기 보다는 업체로 보고 마음대로 일을 시킬 수 있고 항상 와서 굽진거려야하는 회사라고 생각하는 면이 있다.  예전 학부 졸업하고 대기업에서 일할때는 당연히 이 회사들은 업체들이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이런 "업체화" 문화는 강하게 뿌리 박힌 것 같다.  이렇게 startup이 업체화가 되다보면 startup의 능력과 innovation이 아닌 대기업의 한마디에 사업 방향과 승패가 결정될 수 있는 상황이 생긴다는게 업체화의 가장 큰 문제인 것 같다.  반면 실리콘밸리에 와서, 또 지금 구글에서 신규사업제휴 일을 하면서 보고 경험하는 것은 많이 다르다.  회사가 startup이건 큰 회사이건 물론 negotiate하는 dynamic이야 당연히 다르지만 모두가 같이 일하는 파트너사들이다.  말 그대로 구글에 물건을 납품하는 회사가 아닌 이상은 업체라는 표현 자체가 이상하게 느껴지고, 잘 하고 있는 startup들은 "이 사람들 곧 대박나겠군"이라는 부러움까지 느껴진다.  미국에서 startup을 잘 꾸려가고 있는 한인 entrepreneur에게 언젠가 한국 회사랑 일할때는 업체 취급하는게 싫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대기업과 startup이 서로 존경하면서 같이 일할때 생태계 전체가 더욱 건강해질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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