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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차이 블로그 4편: HR 시스템과 역할에 관한 이야기

제 블로그를 보시는 분들은 그간 한국 대기업과 미국 실리콘밸리의 회사 생활에서 경험하고 느낀 내용들을 바탕으로 쓴 문화차이 블로그 3편을 아실꺼라 믿는다.  참고로 전 연대졸업 후 삼성전자에서 해외영업일을 했고 UC Berkeley에서 MBA를 마치고 지금은 구글 본사에서 신규사업제휴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전에 올린 3편의 문화차이 블로그들은 아래 참조 바라고, 경제신문인 이투데이에서는 이 블로그 내용을 소개하는 기사를 쓰기도 했다.  
- 제 블로그 글에 관한 이투데이 신문 기사: 삼성전자 vs. 구글, 사내문화 차이는 뭘까?
 
이번 블로그에서는 그 4번째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아마 이전 이야기들과 비교하면 조금 덜 재밌고 조금 더 비판적인 내용이 될 것 같다.  2가지 문화를 경험하면서 가장 크게 느끼는 차이 중에 하나가 회사의 HR 시스템과 그 역할에 관한 것이고 이번 글에서는 이에 관한 내용을 써보려고 한다.  개인적인 한정된 경험과 편협한 시각을 바탕으로 쓰는 것임을 유념해주길 바라고, 글을 쓰다보면 어쩔 수 없는 흑백논리로 흐를 수도 있음도 유념해주길 바라고, 특정 회사나 부서를 비판할 의도는 전혀 없음도 참조해주길 바란다. 
 
 
Policing vs. Providing
일하면서 느낀 가장 큰 차이는 한국 대기업의 HR은 직원들을 관리하는 police의 역할을 한다는 생각이 드는 반면 실리콘밸리의 HR은 직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provider의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한국 대기업에서 일하면서 다음과 같은 경험을 종종했다.  회사에서 새로운 방침이 나온다.  예를 들어 다음주부터 모든 직원들은 8시까지 출근을 해야한다라는 방침이라고 하자.  그럼 그때부터 인사과에서 사람들이 8시전에 잘 오는지 관리를 하고 지각하는 직원들에게는 주의를 준다.  이렇게 인사팀이 policing하는 것은 군대문화가 깊게 배어있는 한국 조직 문화의 모습이기도 한 것 같다.  반면 실리콘밸리 회사의 HR팀이 이렇게 직원들을 policing하는 것은 생각하기 힘들고 주로 직원들이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provider의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다른 도시로 팀을 옮긴다면 그 과정을 도와주고, 직원들을 위한 새로운 편의시설을 만드는 등 내가 회사를 더 잘 다니기 위한 서비스를 고민하는 staff로의 역할에 충실하다.  물론 한국대기업의 인사팀이 이런 역할을 안 한다는 말은 절대 아니지만 policing를 하는 곳에서 편의 제공을 같이 할 때와 존재의 목적이 편의 제공인 곳과는 당연히 일하는게 다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여기서 일하다보면 HR팀은 나를 위해서 움직여주는 고마운 staff라고 느껴질때가 많고, 구글이야 워낙 복지로 유명한 곳이라서 사내 cafe들의 수준을 시작으로 셔틀 시스템이나 medical 혜택에서 사내 dry cleaning이나 GYM시설까지 여러가지로 신경을 쓴 흔적이 많다.  
 
 
평가
이런 차이의 배후에는 직원 평가라는 큰 factor가 자리잡고 있다고 본다.  구글에서 경험하는 평가는 성과의 개념이 철저해서 내가 하기로 한 일에 어떤 결과가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이런 평가는 꼭 윗사람이 아닌 다른 부서 사람부터 시작해서 내 밑사람까지 같이 일하는 사람들의 평가를 바탕으로  판단되기에 (보통 360 evaluation이라는 말을 자주 씀)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의 팀웍이나 원활한 관계도 참 중요하다.  이렇게 내가 하는 일과 성과를 직접적으로 평가하는 시스템이 있으니 인사팀에서 직원을 평가 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  반면 한국에서 일할때는 "XX부장은 인사과에 찍혀서 승진을 못해"같은 분위기의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접했던 기억이 난다.  즉, 인사팀에서 직원 평가를 같이 담당하고 있어서 승진, 발령 등의 결정에도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인사팀이 파워를 가지게되고 위에서 말한 policing도 가능한 것이라고 본다.  일단 같이 일을 하는 사람들이 아닌 HR부서에서 평가에 큰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는 개념자체가 잘못되었다고 생각을 하고, HR부서에서는 평가 자체에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서로 공정하게 평가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렇게 인사팀에서 직원 평가에 직접 개입을 하기에 때문에 때로는 일을 잘 하는 것보다 출퇴근 시간, 올바른 복장 등이 평가 요소로 작용하는 부작용을 낳는다고 생각한다.  사람을 평가하고 승진을 결정하거나 주재원 발령 같이 그 사람이 잘할 수 있는 곳으로 보내주는 것과 같은 결정은 그 사람이 하고 있거나 해야할 일을 제일 잘 알고 이해하는 사람이 결정을 해야 올바른 결정이 나온다고 생각하고 HR의 역할은 그 과정을 잘 만들어주는거지 결정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A씨와 B씨의 예
평가 이야기가 나왔으니 이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자.  예를들어 A씨와 B씨가 한국 대기업의 똑같은 자리로 입사를 했고 하루 정규 업무시간에 A씨는 120을 할 능력이 있고 B씨는 80을 할 능력이 있다고 하자.  회사에서는 둘에게 100씩의 업무량을 주면 A씨는 주어진 일을 쉽게 끝낼 것이고 B씨는 그렇지 못할 것이다.  그럼 한국 기업에서는 일단 B씨는 20만큼의 일을 더 하기 위해서 야근을 밥먹듯이 할 것이고 위에서 깨지기도 하겠지만 어떻게든 일을 끝낼 것이다.  반면 A씨는 일은 쉽게 하겠지만 B씨보다 집에 일찍 가기는 윗사람과 팀원들 눈치가 보여 퇴근시간은 비슷할 것이고 어쩌면 B씨의 일을 도와줄 것이고 그렇다고 능력을 아주 크게 인정받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A씨의 승진이 조금은 빠르겠지만 (아니면 일을 빡세게 하는 것 같아 보이는 B씨 평가가 더 좋을수도 있음.) 둘의 차이가 크지는 않을 것이고 둘이서 총200의 일을 하면서 갈 것이다.  누구 하나가 튀는 것보다는 다같이 무난하게 가는걸 좋아하는 문화와도 연관이 있는 것 같다.  반면 A씨와 B씨가 같이 실리콘벨리에서 일을 시작했다고 하자.  그럼 둘에게 100씩의 일이 주어지던 것은 둘의 업무능력이 평가되면서부터 A씨에게는 120만큼의 일이 주어질 것 이고 B씨에게는 80만큼의 일이 주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에 맞게 연봉 수준이 조정될 것이고 시간이 지나면서 A씨와 B씨의 직급차이도 점점 벌어질 것이다.  그러다 어느 시점에 회사에는 B씨를 내보낼 것이고 100이상의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을 것이다.  그래서 여기선 사람들이 일이 없을때 오히려 일이 많을때보다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채용
신입사원 채용 과정을 비교해봐도 같은 맥락의 문제점이 보인다.  (경력사원 채용의 경우는 상황이 다른 것 같고 신입사원 채용도 다 이렇다는 말을 아니니 오해 없길 바람.)  한국 대기업에서는 인사과에서 신입사원 채용을 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방대한 회사 규모때문에 그렇게 하는게 효율적일 수 있다는 점은 이해가 간다.  HR에서 좋은 사람이라고 판단되는 사람을 채용하고 관련된 부서로 배치시켜서 보통 채용된 사람은 인사과에서 배치하기 전까지는 어떤 일을 할지 심지어는 어느 도시에서 일할지 모르는 경우가 있다.  또한 부서에서도 신입사원을 몇명 받는다는 것 외에 정확히 어떤 사람이 올지 모르기에 새로 신입사원이 오는날이면 누가 왔는지 보러갔던 기억이 난다.  사람을 뽑는다는 것은 같이 그 사람과 일할 팀에서 보고 결정해야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 그 일을 제일 잘할 수 있지를 판단할 수 있는 것이고, 우리가 데리고 같이 일할 사람을 뽑아야 뽑는 사람도 뽑히는 사람도 가장 productive한 결과를 낸나고 믿는다.  하지만 HR에서 사람을 뽑아서 학부 전공등 겉으로 보여지는 내용으로 부서 배치를 하는 것은 right person을 right team으로 보내기 어렵고 unmotivated된 문화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  구글을 포함해서 실리콘밸리의 많은 회사들은 팀에서 팀원들이 뽑을 사람들 인터뷰를 하고 팀에서 제일 같이 일하고 싶고 잘할 것 같고 또 그 팀에 오고 싶은 의지를 보이는 사람을 뽑기 때문에 motivated된 환경을 만들 수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왜 우리 팀에서 일하고 싶냐?" "우리팀에서 이런이런 challenge가 있는데 니가 조인한다면 어떻게 해결하겠냐?" 등의 질문들이 흔한 인터뷰 질문이고, 지원하는 사람도 "내가 이런쪽에 관심이 많은데 너희 팀을 조인한다면 관련된 프로젝트를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인터뷰어에게 하는 경우도 많다.  이곳의 HR팀은 이 전체 과정이 원활하게 흘러갈 수 있도록 일종의 process management 역할을 해준다.  보통 초반 스크리닝 작업은 HR에서 하겠지만 그 다음부터 지원자가 원하는 혹은 지원와 잘 맞을 팀과 인터뷰하는 과정을 관리하고 팀에서 뽑기로 결정한다면 offer가 나가고 지원자가 승락할 수 있게 하는 과정 역시 관리한다.  즉, 과정을 manage하는 사람과 사람을 보고 판단하는 사람은 분명히 나누어져 있는 개념이다.  
 
참고로 작년에 올린 "실리콘 밸리 회사들의 취업 guide"에서 이곳 회사들에 job을 구하는 전략에 대한 이야기를 했으니 참조바랍니다. 
 
 
변화의 밑바탕
마지막 중요한 것은 이런 HR 시스템과 제도가 중요한 이유는 이런 시스템의 변화의 밑바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난 3편의 문화차이 블로그들을 올리면서 한국의 기업문화에도 변화를 원한다는 의견들을 참 많이 들었고 한국에서도 이런 글로벌 문화에 깨어계신 분들이 많이 계시다고 믿는다.   내 주위에도 이렇게 깨어있는 한국분들이 셀 수 없이 많고 이 블로그를 읽고 계시는 분들도 깨어계신 분들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다.  하지만 개인들이 깨어있어도 근본적인 시스템이 받쳐주지 못한다면 좋은 차에 좋은 운전 기사가 있지만 바퀴가 없는 것과도 같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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