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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gle과 삼성에서 경험한 일하는 문화 차이 1편

블로그 이전으로 새로 posting Original posting: 2008년 8월 24일지금 일본행 비행기 안에서 이걸 쓰고 있다. 오늘부터 2주간 일본/한국 출장이 시작된다. 해외 출장이란건 은근히 중독성이 있어서 MBA하면서 그리웠는데 (MBA 전 삼성에서 일할때 1년에 5~6번 정도 해외 출장을 다녔음) 다시 출장을 떠나니 기분이 좋다. 또 한국으로 가는 출장이라 기분이 새롭고, 구글 본사에서 일을 시작한지 얼마 안되어 떠나는 첫 출장이라 조금 부담스럽기도 하다.

이번 블로그에서는 Google에서 일하며 예전 삼성전자에서 일할때와 다르다고 느끼는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한다. 물론 지금 일하는 팀의 성격이 예전 삼성에서 일했던 팀과 다르고, 또 Google은 MBA후에 manager로 들어온거고 삼성에서 사원이었으니 apple to apple 비교는 안 되겠지만 두 회사의 다른 문화를 이야기해보는건 재미있을 것 같다. 많은 부분은 두 회사의 차이라기 보다는 미국과 한국의 일하는 문화 차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개인적인 한정된 경험과 편협한 시작을 바탕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라 일반화할 수는 없는 내용임을 유념해주길 바란다.

 

1) 스케줄과 미팅의 활용

삼성에서 일할때는 하루 종일 바쁘지만 어떤 스케줄에 따라 일을 하기 보다는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면서 무작위로 잡히는 미팅이나 보고를 하는게 보통의 하루였다. 그래서 보통 그날의 스케줄이나 퇴근 시간은 그때 가봐야 아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Google에서는 미리 정한 스케줄과 미팅에 따라 움직인다. 팀 혹은 어떤 프로젝트에 관련된 사람들은 보통 매주 정해진 시간에 모여서 미팅을 하고, 누구와 무슨 일이나 협의를 해야 할때도 미리 시간을 잡아서 하고, 보고도 정해진 시간에 하고, 심지어는 커피 한잔 하면서 노가리를 풀자도 미리 시간을 정해놓고 만난다. 그래서 지위에 상관없이 미리 약속을 안 잡고 불쑥 미팅을 하자고 하던가 전화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 모든건 Google calendar를 이용해서 관리하고, 다른 사람들의 일정을 보고 언제 시간이 비는지 알 수 있어서 편하게 미팅을 잡을 수 있다. 혼자 뭔가 집중해서 일해야 하는 경우도 미리 calendar에 시간을 잡아놓아서 다른 사람들이 그 시간에는 방해하지 않게 된다. 그러니 자기 스케줄을 자기가 관리할 수 있게 되고 이런 차이는 아래 이야기할 face time과도 연관이 많다.

 

2) Face time의 중요성 및 잡일

삼성에서는 face time, 즉 몇시에 출근해서 얼마나 자리에 앉아 있고 몇시까지 일하는지가 중요한 부분 중에 하나였다. 윗사람이 일하고 있을때 퇴근하는 그 조심스런 기분이나 자리를 오래 비우는게 좋아 보이지 않는 문화는 한국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잘 알꺼라고 믿는다. 그래서 “벌써 퇴근해?”나 “애 어디갔어?”라는 말이 종종 들린다 반면 여기선 face time은 신경을 안 써서 어디 있거나 몇시에 왔다 가는건 관심이 없는 분위기다. 미팅에 나타나고 e메일에 회신하고 해야할 일이 진행되고 있으면 된다. 그래서 자기 스케줄에 맞게 출퇴근 시간을 조절하고 상황에 따라 자기 자리가 아닌 다른 장소이나 집에서 일하는 경우도 많다. 한국과 미국의 hierarchy 정도 차이와 위 1번에서 이야기한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는 문화 차이가 이 face time에 대한 시각 차이의 주요 이유일 것이다. 조금 구체적으로 생각해보면 잡일과 관련이 많은 것 같다. 누구나 자기 업무가 있어서 그 일을 하는데 한국은 뭘 보고하라던가 자료를 만들라는 성격의 잡일이 수시로 떨어지기에 자리에서 대기를 해야하는 상황이 많다. 반면 여기선 일단 그런 잡일이 많이 없고 있어도 미리 스케줄을 잡아서 하는 문화이기에 자리에 앉아 있는지가 덜 중요한 것 같다.

 

3) 일의 강도와 정보의 접근

그렇다고 지금까지 이야기한 차이를 여기 일의 강도가 적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 여긴 자기가 해야하는 일에 대한 범위와 목표가 구체적으로 정해지기에 일에 대한 ownership의 정도 크다. 그래서 쪼는게 없어도 알아서 빡세게 일해야 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구제적으로 정해진 목표에 대한 성과를 보여야 한다는 부담감도 크다. 또한 삼성에서는 일이 잘 안되면 한번 깨지고 술한잔 하는 끈끈함이 있지만 여긴 성과가 안 나오면 평가로 연결되는 냉정함이 있는 것 같다. 이와 관련해서 또 하나의 요소가 회사 밖에서의 정보 접근이다. 삼성에서는 퇴근하면 회사 시스템은 커녕 회사 email도 읽지 못하기에 퇴근하면 일과 딱 단절이 된다. 그래서 시간이 늦어도 일단 퇴근하고 집에 오면 (물론 휴대론으로 전화가 오는건 있지만) 일과는 담을 쌓을 수 있다.

 

반면 여긴 보통 회사 노트북을 가지고 다니고 회사 email 뿐 아니라 사내 시스템을 집에서 접속할 수 있다. (구글은 그래서 집에서 쓰는 인터넷 비용을 회사에서 내준다.) 또 blackberry나 iPhone 등으로 회사 email이 모바일로도 확인되니 밖에서 놀때나 심지어는 휴가 중에도 회사 메일을 보게 된다. 그래서 퇴근 후나 주말에도 자연스레 일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저녁먹고 애들 재우고 10~11시쯤 다시 회사 메일을 보내기 시작하는게 흔히 보인다. 이 차이의 장점은 꼭 회사에 있지 않아도 일을 할 수 있으니 출퇴근 시간 조절이 자유롭다는거고 단점은 퇴근을 해도 퇴근한 것 같지 않을때가 있다는거다.

 

참고로 이 remote access 문화의 차이가 미국의 모바일 시장이 비지니스쪽으로 발달한 반면 한국의 모바일 시장은 엔터테인먼트쪽으로 발단하게 된 큰 요인이다. (이 이야기는 블로그 하나 내용이 나올 것 같아 언제 자세히 한번 쓸 예정임.)

 

사진과 내용 전체를 복사해서 글을 퍼가지 말아주십시오. 제 글로 링크를 거는 형식으로 퍼가는 것은 대환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