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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진보다 중요한 실무진 이야기

작년부터 크롬캐스트의 아시아 사업을 맡아오면서 좋은 경험을 많이 하고 있다. 그러면서 지난 6~7년간 구글에서 아시아 기업들과 파트너쉽을 진행하면서 정답이라고 생각해왔던 사실 중에 하나가 꼭 정답이 아니라는 점을 최근 깨닫고 있다. 이번 블로그에서는 그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지금까지는 아시아 기업과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파트너회사 탑 매니지먼트의 관심과 지원이라고 생각했다. 아시아 기업에서 안될 것도 되게 만들어주는 것이 사장님 지시사항이고 위에서 찔러주는 힘 덕분에 결과를 만든 프로젝트도 많았다. 하지만 그러다보면 파트너사 내부 정치 소용돌이를 상대해야 했고 시작할 때 기대했던 결과를 못 이룬 경우도 있다. 

 

근데 최근 진행한 아시아 기업 몇곳과의 파트너쉽은 (대기업이었지만) 신기할 정도로 원활하게 진행되었다. 파트너사의 복잡한 내부 정치를 상대할 일도 없었고 임원들과 한판 싸운적도 없다. 더욱이 처음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계획했던 일정대로 진행되었고 기대 이상의 결과를 가져왔다. 

 

 

이 프로젝트들의 공동점은 파트너사의 탑 매니지먼트가 자세한 내용을 모르고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구글과 전략적인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점에 대한 지원은 당연히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해나 관심 수위가 낮았다. 그러니 다음 2가지를 가능하게 했다. 

 

우선 파트너사 실무진분들이 알아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구체적인 내용을 모르는 경영진의 참견 없이 실무적으로 일이 진행될 수 있었다. 또한 보고하다 시간를 다 보내는 일도 없어서 중요한 일에 시간을 쓸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니 실무진분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더 재밌게 일하셨던 것 같다. 개인에게 권한을 주는 실리콘밸리의 일하는 모습이 아시아 대기업에서도 보여진 것이다. 물론 그 실무진이 실력도 있고 일에 대한 믿음과 전략도 있다는 전제이다. 

 

그리고 탑 매니지먼트의 관심이 없다보니 내부 정치가 적었다. 탑 매니지먼트의 관심이 많은 프로젝트는 그 만큼 주변에 참견하고 싶은 사람도 숟가락을 올리고 싶은 사람도 많다는 의미이다. 그러면 당연히 찬성하는 사람 반대하는 사람 질투하는 사람들의 주장과 정치가 많아지고 그런 프로젝트는 어렵게 진행될 수 밖에 없다. 프로젝트는 그 회사 탑 매니지먼트의 관심과 사랑이 높을수록 성공한다는 기존 생각을 뒤엎은 경험이었다. 윗사람은 적당히만 알고 실무진들이 참견받지 않고 알아서 할 수 있게 했을 때 속도도 결과도 좋았던 것이다. 그리고 일단 좋은 결과가 나오면 탑 매니지먼트의 관심을 받아 지원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러면서 (예전에 블로그에서도 한번 이야기했던) 일부 아시아 대기업에서 보이는 전문성이 부족한 경영진의 문제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흔히 말하는 전문경영인을 만들기 위해 잦은 구조조정을 하면서 순환 보직을 시켜서 A 사업부장이 갑자기 C 사업부장을 맡는 문제이다. 그러다보니 경영진들이 담당하는 제품이나 기술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 특히 개발 출신이 아닌 사업 출신이 경영진이 되는 경우가 많은 기업에서 더욱 그렇다. 이런 경우 제품과 기술을 이해하지 못하니 실무진에서는 이거 설명하다가 프로젝트가 산으로 가곤 한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물론 여기 기업들은 다 잘한다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신사업에 성공하는 확률이 높은 이유 중에 하나는 기술을 이해하는 개발자 출신들이 경영진을 맡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래리 페이지, 마크 저커버그, 빌 게이츠, 제프 베조스 등 모두 개발자 출신)

 

 

마치기 전에 자기 PR

7월에 나온 방송 2개를 공유합니다.
- MBC 세바퀴 글로벌 천재 특집: 다시보기
- SBS 스페셜 나는 세계로 출근한다: 다시보기

 

 


* 사진과 내용 전체를 복사해서 글을 퍼가지 말아주십시오. 제 글로 링크를 거는 형식으로 퍼가는 것은 대환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