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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에서 살면서 느끼는 11가지 생활의 차이점들

얼마전 10개월간의 한국 장기 출장을 마치고 샌프란시스코로 복귀했다. 나의 6년 구글러 인생 중 가장 빠르게 느껴진 기간인 것 같고 역시 한국에서의 시간은 미국에서의 시간보다 2배는 빠른 것 같다. 

 


업무적으로는 한국에 최초로 사업자향 구글 TV를 LG 유플러스와 출시했고, 미국시장에 LG전자, ASUS, 하이센스 등 아시아에 있는 좋은 파트너들과 새 제품들 출시했고, 지난 구글 I/O에서는 이제 구글 TV는 최신 안드로이드 버전으로 통합된다는 내용을 발표하는 등 많은 분들과 가깝게 일한 알찬 10개월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딸의 돌찬치를 한국에서 열어줄 수 있었고, 책을 출간했고, 방송에 실컷 나와봤고, 실시간 검색 1위라는 것도 해보았고, 틈틈히 강연도 많이 뛴 보람찬 시간이었다. 미국 돌아가면 심심해서 어떻게 사냐는 주변 지인들의 걱정이 농담만은 아닌 것 같고 앞으로도 한국 출장은 자주 가겠지만 이번 장기 출장은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다. 

 

10대와 20대를 한국에서 보냈고 30대는 미국에서 보내다 잠시 한국 생활을 다시 하니 한국과 미국 생활의 차이점들을 많이 느낀다. 서로 장단점이 있기에 어디가 더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번 블로그에서는 이런 차이점 11가지를 가볍게 써본다. 

 

 

1. 빠른 삶과 느린 삶 


한국의 삶은 빠르고 정신없이 달리는 경우가 많다. 직장인은 말할 것도 없고 사업을 하는 사람들도 참 바쁘게 살고 있고 만나야할 사람들도 모임도 많고 주말에는 챙겨야할 행사도 많다. 반면 미국의 삶은 느리다. 퇴근은 대부분 일찍하고 저녁시간이나 주말은 여유롭고 모임이나 약속도 많지 않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빠른 삶은 그만큼 다이나믹하고 느린 삶은 그만큼 무료하기도 해서 미국은 지겨운 천국이고 한국은 재밌는 지옥이라는 표현도 있다. 이 속도 차이는 동서양은 근본적인 문화 차이에서 시작되는데 일하는 문화나 개인 중심적인 문화 등이 그 바탕에 있다. 

 

* 한국과 실리콘밸리의 일하는 문화 차이에 대해서는 제가 채널 IT에서 이야기한 내용을 참고 바랍니다. 

  유튜브 링크 (길이는 약 15분)

 

 

2. 주중에 가족과 보내는 시간 


주중에 가족과 보내는 시간의 차이도 두 생활의 큰 차이점 중에 하나이다. 저녁 시간을 가족과 함께 보내는 것은 청교도 정신이 깊은 미국인들에게 무척 중요한 일이기에 이 시간을 회사에서 방해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크고 매일 저녁을 온가족이 함께 먹는 것은 기본이다. 한국에서는 주중에 저녁을 온가족이 함께 먹는 경우는 현실적으로 드물고 특히 아빠가 주중에 아이와 보낼 수 있는 시간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위에서 이야기한 빠른 삶과 같은 맥락임.) 그래도 요즘 한국은 적어도 주말에는 가족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는 일에 신경을 많이 쓰는 가정적인 아빠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 

 

* 작년에 쓴 블로그인 실리콘밸리와 한국에서 느끼는 아기 키우는 문화 차이도 참고 바랍니다. 

** 조성문님의 진정한 행복에 대하여 – 가족 중심 문화의 중요성도 참고 바랍니다. 

 

 

3. 동료들과의 끈끈함 


한편 미국에서는 같은 회사 동료들이나 가깝게 일하는 다른 회사 사람들과의 끈끈함을 찾기 어렵다. 이런 끈끈함 속에서 나오는 재미나 인간적인 정이 없는 개인 중심적인 사회생활이 미국의 사회생활이다. 그래서 동료에게 퇴근하며 "맥주 한잔 할까?라는 말이 이상한 행동으로 보이기 십상이다. 회식도 1년에 몇 번 손꼽을 수 있고 미리 일정을 잡아 진행하며 개인적인 일로 참석을 못해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경험하는 술잔을 기울이며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평소보다 솔직해기도 하고 같이 망가지기도 하면서 쌓이는 끈끈함은 사람사는 즐거움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가족만큼이나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사람들이 사회생활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아닌가. 우리는 하나다라고 술잔을 올리는 자리가 미국에서 살면 종종 그리울 때가 있다. 

 

 

4. 모임의 성격 차이 


한국에서 식사나 술자리같은 모임이 있으면 그룹이 중심이 된다. 즉 서로 같이 아는 사람들이 모이는 "멤버들"의 개념이 강하다. 생일이라 친구들과 저녁을 먹는다면 고등학교 친구들 모임, 친한 직장 동료 모임 등과 같이 다른 그룹들과 별도로 만난다. 반면 미국은 이런 모임이 개인 중심이다. 그래서 멤버의 개념이라기 보다는 "나(me)"가 중심이 된다. 그래서 생일이라 친구들과 모인다면 내가 친한 친구들을 그들이 서로 알건 모르건 부르고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 어울린다. 이는 불특정 다수들과 어울리는 미국의 파티문화와도 일맥상통한다. 

 

 

5. 편리와 친절의 차이 


한국은 어딜가나 서비스가 좋고 빠르다. 미용실, 백화점, 항공기, 병원 등에서 깔끔하게 친절하고 빠른 서비스는 한국 생활의 큰 편리함이다. 그리고 손님을 받들어주는 친절이라 기분도 좋다. 미국도 친절하지만 친구를 대하듯하는 프렌들리한 친절이라 기분이 조금 다르다. 무엇보다 미국의 느린 서비스는 한국의 빠른 서비스에 익숙한 사람을 속 터지게 만들기도 한다. 예를 들어 커피를 사려는 사람이 줄이 길게 늘어서 있어서도 종업원들은 즐겁게 잡담하며 일하고 있고 병원에 갈 일이 있어서 전화를 하면 3주 후가 가장 가까운 빈 시간이라고 한다. 또한 조금 좋은 서비스를 받으려면 팁을 줘야한다는 사실도 부담스럽고 번거로운 점이다. 

 

 

6.지역 밀집도의 차이 


아무래도 서울의 경우겠지만 좁은 지역에 다같이 살고 있는 높은 지역 밀집도는 위의 편리에 큰 한몫을 하고 있다. 어디서나 쉽게 택시를 잡을 수 있고 싼 대리운전이 가능하고 빠른 통신망도 쉽게 깔리고 인터넷을 신청하면 그날 설치해준다. 그리고 다들 가깝게 살기 때문에 사람들과 만나기도 쉽다. 전화해서 "뭐해? 나와!"로 모이는 번개 모임도 쉬워 앞서 말한 만날 사람들이 많은 바쁜 삶에도 한몫을 하는 것 같다. 미국은 워낙 땅덩어리가 크기 때문에 뉴욕 정도를 제외하고는 차가 없으면 불편하다. 내가 사는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도 (여기가 곧 실리콘밸리) 넓은 지역이라 같은 지역에 산다고 해도 저녁때 번개로 누굴 만나기는 쉽지 않다. 또한 큰 땅덩어리를 커버해야하니 한국같은 망수준을 기대하기 어렵고 뭐하나 신청하면 1~2주 기다리는 것은 기본이다. 

 

 

7. 젊음층이 노는 곳 

한국은 젊은층이 노는 지역이 정해져있는 편이라 강남역, 코엑스몰, 가로수길, 홍대 등을 가면 젊음이들이 넘쳐난다. 반면에 미국은 이런 경계가 약한 편이라서 한국처럼 젊은층이 집중적으로 모이는 곳을 찾기는 어렵다. (물론 미국의 대학 타운은 예외) 오히려 남녀노소가, 더 나아가 다양한 인종이, 서로 친구가 되어 어울리는 모습은 미국 사회의 큰 장점인 다양성을 보여주는 것 같다. 

 

 

8. 나이를 묻는 문화 


한국은 새로운 만남 후에는 꼭 나이를 공개하는 의식(?)이 있다. 나이에 따라 (때로는 불필요한) 상하관계가 생기고 나이를 바탕으로 사람을 규정하기도 한다. 그래서 한국에 있으며 내가 몇살이구나를 자주 느낄 수 밖에 없다. 미국에서는 서로 나이가 중요하지 않고 초면에 나이를 묻는 것은 실례이다. 회사 지원자에게 나이를 묻는 것은 금지되어 있어 지원서에 나이를 쓰는 한국과 대조된다. 그래서 늦게까지 결혼을 안한 사람이 미국에서는 이를 잘 인식하지 못하며 살지만 나이를 묻고 이어서 결혼은 안하냐 아이는 안가지냐 같은 질문이 이어지는 한국에서는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9. 유행과 패션 


미국 사람들은 참 옷을 못 입고 (역시 뉴욕 등 특정 지역은 예외) 유행이나 패션에 크게 신경을 쓰지도 않는다. 한번은 프랑스에서 온 친구와 미국 남자들의 펑퍼지름한 양복스타일이 얼마나 별로인지에 대해 한바탕 이야기했던 기억이 난다. 거리를 걸으면 유행이 한물 간 스타일의 바지나 자켓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도 많고 4차원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는 특이한 스타일도 종종 보인다. 이를 달리 보면 남 의식을 안하고 자기가 입고 싶은 옷을 개성에 따라 입는다고 볼 수도 있다. 반면 한국은,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유행과 패션에 민감해서 거리를 걸으면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이 뭔지를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최근 남자들의 바지가 짧아지고 통이 좁아졌다는 사실을 강남의 거리에서는 확실히 볼 수 있었지만 샌프란시스코의 거리에서는 매장에 들어가기 전에는 알기 어렵다. 

 

 

10. 음식, 옷 등의 가격 차이 


한국과 미국에서 생활하면 가격 차이가 확연하게 나는 것들이 있다. 우선 한국은 음식값이 싸고 옷값이 비싼 반면 미국은 반대이다. 미국에서 둘이 괜찮은 식당에서 저녁을 먹으면 10만원 가까운 돈은 쉽게 나오는데 한국에서 10만원이면 4명이 고기를 먹을 수 있다. 반면 미국 백화점 옷값을 생각하고 한국 백화점에 가면 2~3배는 비싼 것 같다. 특히 한국에서 아기 옷 가격을 보면 한국 엄마들이 미국와서 아기 옷을 왕창 사가는 것이 이해가 된다. 또한 미용실이나 택시와 같은 서비스 가격은 한국이 많이 싸고 와인같은 물건의 가격은 미국이 확실히 싸다. 

 

 

11. TV 광고의 차이 


TV에서 나오는 광고의 차이도 자주 느낀다. 한국은 보통 감성을 자극하는 아름다운 광고가 많다. 그래서 눈이 즐거운 광고들이 많고 모델은 대부분 유명한 연예인들이다. 때로는 비주얼한 아름다움에만 치우쳐 뭘 전달하려는 광고인지 모호하기도 하다. 반면 미국은 보통 가격이 싸다와 같은 단순한 메세지를 최대한 유치하게 전달하는 TV 광고가 많다. (물론 애플, 나이키 등 예외도 있음.) 그래서 TV 광고에서 연예인을 보기는 어렵고 최대한 일반인과 같은 느낌의 무명배우들이 나온다. 미국에서 TV를 보고있으면 광고들이 너무 유치해서 짜증날 때가 있다. 

 

 


* 사진과 내용 전체를 복사해서 글을 퍼가지 말아주십시오. 제 글로 링크를 거는 형식으로 퍼가는 것은 대환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