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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와 한국에서 느끼는 아기 키우는 문화 차이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요즘 아시아로 장기 출장을 나와 가족들과 몇개월간 서울에 머물고 있다. 곧 돌을 앞둔 어린 딸이 있기 때문에 요즘 아기를 키우는 일에 대한 관심도 생각도 많다. 이번에 한국에서 몇달 생활해보니 한국과 미국의 아기를 키우는 모습의 차이를 느낀다. 

 

그간 블로그에서 종종 다루었고 나의 책 <꿈을 설계하는 힘>에서 자세히 다룬 한국과 실리콘밸리의 기업 문화 차이 만큼이나 흥미로운 차이이다. 이번 블로그에서는 그 이야기를 하려고 하며 한국의 아기 키우는 문화를 살짝 비판하려고 한다. 개인적인 짧은 경험과 생각을 바탕으로 쓰는 글임을 분명히 한다. 

 

 

1. 아기와 보내는 (혹은 보낼 수 있는) 시간의 차이 

실리콘밸리에서는 보통 퇴근 시간이 일정하다. 미리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서 움직이고 출퇴근 시간과 같은 페이스 타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성과 위주이기에 대부분 정시에 퇴근을 한다. (이와 관련된 자세한 이야기는 제 책의 5장을 참고하세요.) 그리고 저녁 시간을 가족들과 함께 하는 일이 무척 중요한 미국의 정서 때문에 저녁 식사는 대부분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한다. 그렇다고 일이 적다는 것은 아니다. 한국 직장인들은 일이 많으면 동료들과 회사 앞에서 저녁을 먹고 다시 회사로 들어와 일을 하고 실리콘밸리 직장인들은 집에 가서 가족들과 저녁을 먹고 집에서 다시 노트북을 열고 일을 한다. 

 

그렇다보니 미국에서 살면서 부부가 모두 일을 해도 매일 적어도 아침 저녁으로는 아기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그래서 아기를 돌보아주는 분들이 보통 6시에 퇴근을 하시는데 그 시간이 8~9시인 한국과 대조된다. 나의 경우는 미국에서 일하면서 우리 귀여운 딸과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 전 그리고 퇴근 후 아기가 자기 전 각각 적어도 1시간씩은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보통 9시쯤 나도 와이프도 노트북을 열고 일을 조금 더 하는 경우가 많다. 동료들도 이러는 경우가 많아 오후 6~8시에는 이메일이 조용하다가 오후 9~10시에 이메일이 한바탕 온다. 

 

하지만 한국에서 주변분들의 경우를 보니 야근이 잦고 저녁에 술자리도 많은 한국 기업 문화의 특성상 아기가 잠이 든 후에 집에 들어가는 날이 대부분인 것 같다. 그래서 주중은 정신없이 보내고 아기와는 주말에야 시간을 보내는 경우도 많고 부부가 모두 일하면 아에 아기를 주중에는 부보님댁에 맡겨놓는 경우도 있다. 직장을 다니기 때문에 주중에는 아기 얼굴을 못 본다는 사실은 참 슬픈 일이다. 

 

그럼 내가 한국 장기 출장 중에는 얼마나 아기를 볼 수 있을까? 한국에 있다보니 당연히 저녁 시간이 미국같지 않다. 사람들과의 만남이 저녁시간에 많이 생기고 내가 하는 일의 성격상 술자리도 많이 생긴다. 또한 이런 자리들은 일을 잘 진행하기 위해 중요하고 내가 이런 자리를 즐기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아빠를 점점 더 알아보기 시작하는 어린 딸과의 시간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아 다음과 같은 시스템을 만들었다. 어짜피 한국의 저녁 약속 자리는 늦게 시작된다. 그래서 저녁 약속이 있는 날은 집에 6시~6시반까지는 들어가서 아기, 아내와 시간을 보내고 아기 목욕을 시켜주고 재운 후 7시반 넘어서 약속 장소로 향한다. 그럼 가족과 보내는 시간과 저녁 시간의 사회생활을 둘다 챙길 수 있다. 물론 이런 시스템이 현실적으로 모두에게 가능한 것은 아니겠지만 한 가정의 가장으로 참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2. 아빠의 역할 

한국에서 느끼는 또 다른 차이는 아빠의 역할에 관한 것이다. 한국 아빠들은 (물론 안그런 분들도 많지만) 아기 키우는 일은 엄마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아기를 돌보는 일은 엄마의 일이고 아빠는 주말에 잘 놀아주면 된다 정도로 생각하는 분들도 있다. 아기를 키우는 일은 부부가 함께 하고 함께 책임지는 일이라고 믿는다. 

 

더욱이 아빠는 혼자 아기를 돌볼 수 없다라는 생각을 가진 분들도 있고 이런 생각을 가진 엄마들도 있다는 사실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젖을 주는 한가지만 제외하면 아빠도 엄마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수 있고 목욕같이 일은 힘좋은 아빠가 더 잘할 수 있다. 미국에는 아빠의 역할에 대한 생각이 잘 잡혀있어서 주변 동료 중에 아이가 유치원을 끝나면 데리러 가는 일을 아빠가 맡는 경우도 있고 늦오후 아빠들은 아이와 시간을 보내려 서둘러 퇴근한다.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아빠도 산후휴가를 6주나 주기 때문에 아기가 태어나면 엄마만큼이나 아빠도 신생아를 돌보는데 시간을 많이 쓴다. 이 산후휴가는 1년 안에 나누어 사용할 수 있기에 나의 경우는 일단 아이가 태어났을때 2주를 사용했고 와이프가 산후휴가를 마치고 회사에 복귀한 시점에 3주를 사용했다. 이 3주간은 집에서 혼자 아기를 돌보았는데 딸과 깊게 본딩(bonding)했던 이 몇주는 내 인생에서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아이가 태어나면 엄마와 아기는 산후조리원에 들어가고 아빠는 일하면서 면회를 가듯 아기를 보러가는 한국 아빠들의 모습은 참 안타깝다. 

 

한국에서 주말에 문화센터에 아기를 위한 클래스에 갔다가 놀랐던 사실은 아빠가 한명도 없었다는 사실이었다. 밖으로 나오보니 몇몇 아빠들이 밖에 앉아서 휴대폰으로 게임을 하며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미국에서 짐보리같은 아기 클래스에 가면 대부분 엄마 아빠가 함께 와서 아이와 노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3. 잠훈련 

또 다른 큰 차이는 잠훈련이다. 한국에서 와서 놀란 사실은 아기에게 잠훈련을 시킨다는 개념도 없었다는 점이다. 잠훈련이란 아기가 밤에는 쭉 잘 수 있는 나이인 4개월 정도가 넘으면 혼자서 잘 수 있는 훈련을 시키는 것이다. 미국 부모들은 잠훈련을 참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아기가 있는 친구나 동료를 만나면 서로 잠훈련을 어떻게 시켰는지 이야기를 많이 한다. 

 

잠훈련이 되면 다음과 같은 생활 패턴이 가능하다. 우리 딸은 4개월때 잠훈련을 시켰는데 잠훈련이 된 후부터는 7시반에 잠을 자서 혼자 아침 6시까지 쭉 잔다. 그럼 일단 나와 와이프는 7시반부터는 정상적인 어른의 생활이 가능하다. 아기는 밤에 잠을 설치지 않고 푹 잘 수 있어서 건강하고 기분도 좋은 아기가 된다. 부모도 밤에 잠을 푹 잘 수 있어서 상쾌하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고 그만큼 아기에게 더 집중할 숭 있다. 즉 아기도 부모도 밤잠을 잘 자서 행복할 수 있고 이를 위해서는 훈련이 필요하다. 

 

잠훈련의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어서 아이가 스스로 잠들때까지 냉정하게 울리는 방법부터 서서히 훈련시키는 방법까지 다양하다. 다양한 잠훈련 방법은 여기를 참고바란다. 우리의 경험을 바탕으로 몇가지 노하우를 공유하면 우선 부모가 미리 잠훈련 방법을 공부하고 내 아이에게 잘 맞을 계획을 세우고 룰을 정해서 이를 실행해야 한다. 예를 들어 방에서 혼자 잠드는 법을 배우게 일정시간은 울어도 안 들어가겠다는 계획을 세웠다면 중간에 맘이 약해져서 룰을 어기면 아기는 아무것도 배울 수가 없다. (그래서 아무래도 맘이 쉽게 약해지는 엄마보다 아빠가 심판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잠 사이클을 만들어서 규칙적인 패턴을 반복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우리의 경우는 자기 전에는 목욕을 하면서 물에서 놀다가 자는 패턴을 만들어서 목욕을 하고 나면 아기가 이제 잘 시간임을 알게 했다. 내 동료 하나는 자기 전에는 똑같은 음악을 틀어주어 그 음악이 나오면 잘 시간임을 알게 했다고 한다. 또한 아기는 혼자 방에서 자기 침대에서 자야한다. 부모와 한침대에서 함께 자면 혼자 자는 잠훈련을 시키기 힘들다. 

 

 

마치며...

한국에 와서 보니 참 비싼 유모차가 많이 보인다. 우리가 머무는 삼성역 근처를 나가면 너도 나도 비싼 최고급 유모차인 스토케(Stokke)를 가지고 다녀서 놀랐다. 내가 사는 샌프란시스코 동네에서 스토케는 찾아보기 힘들다. 좋은 유모차를 사용하는 것은 좋고 나 역시 좋은 브랜드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어쩌면 부모가 폼나려는 비싼 유모차보다 아이와 더 시간을 보내고 관심을 가져주는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아기에게는 스토케를 타는 것보다 아빠와 하루에 조금이라도 놀 수 있는게 분명 더 행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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