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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기업에서 본 한국기업과 일 잘하는 법

내가 구글에서 리드하는 일은 주로 아시아 회사들과의 파트너쉽이다. (저는 구글 본사에서 사업제휴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서비스와 소프트웨어는 미국 기업들이 하드웨어와 디바이스는 아시아 기업들이 주도권을 잡으면서 실리콘밸리 회사들이 아시아 제조사들과 제휴하는 것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고 같이 할일도 많아지고 있다. 더욱이 아시아 하드웨어 회사의 대표가 이제는 일본 회사들이 아닌 삼성과 LG로 대표되는 한국 기업들이란 사실은 무척 자랑스러운 일이다. (얼마전에는 "지난 10년간 삼성과 LG가 고성장을 하는 사이에 소니가 고전한 이유 중에는 삼성과 LG는 확실하게 글로벌한 한국기업을 추구했던 반면 소니는 어설프게 미국기업이 되기를 원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함."라는 트윗을 하기도 함.)

미국 회사에서 아시아 기업들과 일하는 것이 중요하기에 얼마전 우리 부사장이 나에게 팀 전체를 대상으로 아시아 사람들과 일을 잘하는 법에 대해서 강연을 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이번 블로그에서는 이 강연에서 내가 어떤 이야기들을 했는지 정리해보려고 한다. 이를 한국분들과 공유하는 이유는 미국에서 아시아와 일하면서 어떤 점들을 잘 모르는지를 알면 반대로 한국에서 미국 기업과 일할때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일 수 있는지를 역으로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1. 언어
가장 먼저 언어 이야기를 했다. 무조건 천천히 또박또박 말하고 쉬운 단어를 사용하고 속어를 사용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 많은 경우 아시아 사람들은 미팅 중에 영어를 이해하지 못해도 다시 이야기 해달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이는 수업 시간에 질문을 많이 하지 않는 문화와도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미국애들은 수업 시간에 챙피할만한 질문들도 참 많이 함.) 그래서 미국 사람들은 아시아 회사와 미팅 중에 다 이해한다고 생각하면서 평소처럼 이야기를 하고 상대편에서는 충분히 알아듣지 못해 오해가 생기기도 한다. 

 

 
더욱이 영어를 잘 못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어눌하다고 절대로 생각하지 말 것을 팀원들에게 강조했다. 영어가 서투르면 그 사람이 어눌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미국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큰 문제점이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일이 생긴다. 아시아 회사와 미팅을 하는데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중요한 사람들은 영어가 조금 서투르고 의사결정권이 없는 부하 직원 중에 외국에서 살다와서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꼭 제임스, 피터, 마이클 같은 미국 이름을 가진) 사람이 한명 미팅에 참석한다. 그러면 미국 사람들은 영어가 유창한 사람과 대화가 되니까 그 사람을 보면서 그 사람에 맞추어 열심히 이야기를 하고 막상 중요한 의사결정권자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와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신경쓰지 않는 오류를 범한다. 
 
이를 한국 회사의 입장에서 반대로 생각하면 한국에서 미국 회사와 일을 잘 하려면 영어를 잘해야 한다는 답이 나온다. 영어가 최고는 아니지만 중요한 기술임은 현실적인 사실이다. 또한 미국인들이 자주 쓰는 속어나 용어를 잘 알아두고 현재 업계에서 화제가 되는 사람이나 일 등을 잘 알아두면 도움이 된다. 그리고 예를 들어 SNS와 같이 미국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영어 용어를 알고 안 쓰는 것도 중요하다. 
 
 
2. 조직과 개인
이 이야기는 블로그에서 몇번 언급한 적이 있는데 아시아 기업과 미국 기업의 큰 차이는 조직이 움직이는지 개인이 움직이는지의 차이에 있다. 미국회사들은 일반적으로 개인 중심적이고 개인이 분명한 업무 영역을 가지고 움직이고 책임도 분명하다. 반면 아시아 기업은 일반적으로 조직이 분명한 상하관계를 가지고 움직인다. (항상 그렇다는 것은 아님)  따라서 아시아 회사와 처음 일을 시작하면 조직도를 보여달라는 말을 자주 듣지만 구글같은 회사는 조직도로 설명할 수 있는 기업이 아니다. 그래서 동료 구글러들에게 아시아 회사와 일을 할때는 그들의 조직을 이해하고 누가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지와 누가 구체적인 실행을 하는지 누가 친구이고 누가 적인지 등을 정확하게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일하면서 자주 느끼는 점 중에 하나는 미팅을 하면 미국 기업은 보통 그 미팅에서 이야기될 주제에 대해서 협의 및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과 그 일을 담당할 사람이 동일하기 때문에 미팅에서 협의된 내용이 팔로업 되는 과정이 원활한 편이다. 하지만 아시아 기업은 미팅에서 협의를 하는 사람(주로 임원)과 실제로 그 일을 담당할 사람(주로 실무진)이 다른 경우가 많다. 그래서 미국 기업 입장에서는 일단 의사결정을 위한 미팅을 아시아 임원들과 한 후에 실무진을 만나면 협의된 내용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는 경우를 발견한다. 그래서 팀원들에게 아시아 기업과 일할 때는 실무진과 사전 미팅 및 조율을 많이 하고 (그래서 실무진이 임원들에게 정확한 사전 보고를 할 수 있게 도와주고) 미팅 후에 다시 협의된 내용을 함께 정리하는 작업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생각해보면 이런 미팅 전 사전 조율은 어떤 경우에나 중요한 것 같다. 
 
이를 한국 회사의 입장에서 반대로 생각한다면 우선 미국 기업이 움직이는 방법을 잘 알고 지나치게 조직도나 상대편 직급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미국 기업과 일하면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대장이 아니라 담당자이기 때문이다. 또한 임원들은 미국 기업와 일을 진행하면서 협의한 내용들을 실무진에게 보다 자세히 설명하고 알려줄 필요가 있다. 단순히 의사결정을 한 내용만을 지시한다면 실무진이 충분히 이해를 하고 일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어렵다. 
 
 
3. 개인적 관계
미국 회사, 특히 실리콘밸리 회사들은 결과 중심적이어서 두 회사가 일을 할 때 관계보다는 결과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아시아 사람들은, 특히 한국과 중국 사람들은, 저 사람과 나와의 관계를 무척 중요하게 생각하고 관계 때문에 안될 일이 되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정"이 중요하고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팀원들에게 같이 일하는 아시아 회사 사람들과 강한 개인적인 관계를 쌓을 것을 강조했다. 그리고 안될 일도 되게 만드는 개인적인 관계와 정을 쌓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니 저녁 한두번 같이 먹었다고 개인적인 관계가 생겼다고 생각하지 말라는 이야기도 했다. 또한 아시아 사람들과 개인적인 관계를 쌓는데는 술이  필수 항목이기에 다른 사람의 빈잔을 두손으로 채워주는 등 술 마시는 예절도 알려주었다. (위 사진은 출장가서 좋은 파트너 회사와 좋은 저녁 식사를 했던 서울에 한 식당)
 
미국 사람들이 가끔 범하는 오류 중에 하나가 업무 관계와 개인적 관계의 선을 혼돈하는 경우이다. 예를 들어 두 회사가 (앞으로 일을 더 잘 하기 위해서) 큰 협상을 하고 있다고 하자. 그럼 미팅 중에는 회사를 대표하는 얼굴을 하고 한발자국도 물러서지 않고 논쟁을 할 것이다. 하지만 아시아 문화에서는 논쟁이 끝나고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는 잠시 회사를 대표하는 얼굴을 벗고 개인적인 이야기, 일하면서 어려운 일, 미팅 중에는 하지 못하는 비화 등을 이야기하면서 친분을 쌓는 것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미국 사람들 중에는 개인적인 얼굴을 보여주어야 하는 상황에서도 회사를 대표하는 얼굴을 하고 있어 개인적인 관계를 해치는 경우가 있기도 하다. 
 
미국 사람들이 아시아 사람들만큼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개인적인 관계를 못 (혹은 안) 쌓는 이유는 가족 중심적인 이곳 문화가 큰 몫을 한다고 생각한다. 즉 여기서 저녁 시간은 일하는 사람들과 보내는 것이 아니라 집에서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기에 저녁 먹기 전에 집에 가는 것이 일단 기본이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어쩌면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아시아의 일하는 문화와는 다른 점이다. 
 
이를 한국 회사의 입장에서 반대로 생각한다면 미국 회사와 일을 할때는 미국인들의 가족 중심적인 문화를 이해해주면 좋다. 저녁 시간이나 주말에는 일 때문에 방해하지 않고 긴 휴가를 가는 것도 이해해주는 등의 일이다. 예전에 한번은 아시아 회사와 미팅을 하는데 우리쪽 한 임원이 키우는 개가 아파서 집에 일찍 가야한다는 말에 아시아에서 온 임원이 애써 어이없다는 표정을 감추려고 했던 기억이 난다. :) 


마치며...

이 주제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예전에 올린 블로그인 "Google에서 한국 대기업들과 일하며 느낀 문화 차이 (문화 차이 블로그 3편)"도 읽어보시면 도움이 될 것이다. 어느 나라 기업이든 어떤 문화를 가지고 있든 결국 두 회사가 파트너쉽을 맺는 이유는 두 회사가 모두 이기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관계와 결과는 모두 중요해서 관계가 좋아야 좋은 결과가 나오고 결과가 좋으면 관계는 더 좋아지는 것 같다. 항상 상대편의 상황과 문화를 존중하고 맞추어 줄때 좋은 파트너쉽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 사진과 내용 전체를 복사해서 글을 퍼가지 말아주십시오. 제 글로 링크를 거는 형식으로 퍼가는 것은 대환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