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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에서 일하면서 배우는 8가지 제품 전략

구글에서 일한지도 이제 오래되었고 오픈소셜, 크롬 등에서 구글 TV까지 신규제품의 사업제휴일을 담당해오고 있다. 그 동안 제품을 개발하고 성장시키는 과정을 경험하면서 공통되게 맞다고 생각하는 제품 전략과 방향들이 있다. 기본적으로 테크 제품에 해당하는 이야기이지만 다른 업계에도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하고 이번 블로그에서는 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이 글은 구글의 공식 의견이 아닌 내가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면서 경험하고 배우고 생각하는 내용을 정리한 글임을 분명히 한다.
 
 
1. 첫 질문이 뭔지를 생각하기

우선 새로운 제품을 개발할 때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이 무엇인지는 제품 전략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돈을 어떻게 벌 수 있나, 앞으로 경쟁력이 있을 제품인가, 경쟁사를 어떻게 이길 수 있나 등 나열하면 끝이 없을 것이다. 구글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질문은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품인가이다. 새로운 브라우저를 개발한다면 현재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는 브라우저에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지, 새로운 TV 플랫폼을 개발한다면 현재 사람들이 보는 TV에 어떤 점을 개선하려고 하는지 등의 질문이다. 결국 사용자에게 어떤 해택을 줄 수 있냐와도 동일한 개념이다. 반면 이 분야가 앞으로 대세니까 혹은 경쟁사가 하니까는 제품을 개발할 때 처음 던져야 할 현명한 질문이 아닐 것이다.



2. 단순하게 만들기
제품은 단순해야 한다. 테크 제품에서 단순함을 기능이나 기술이 단순해야 한다는 의미로 생각해서 안된다. 복잡한 기능과 기술은 뒤에 숨고 사용자가 접하는 경험, UI, 사용법 등이 단순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물론 이는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이를 가장 잘하는 회사는 애플일 것이고 아이폰은 복잡한 기능을 감싼 단순한 사용자 경험의 좋은 예이다. 추가로 테크 제품의 단순함이 사용자 경험에만 그치지 않고 그 제품을 둘러싼 생태계들에게도 심플한 프로세스를 제공해준다면 최고일 것이다. 예를 들어 잘 정리된 API와 문서 등을 통해서 개발자들이 그 제품을 쉽게 활용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3. 결과를 측정하기
결과를 측정할 수 없다면 계속 제품을 개선해나갈 수 없다. 따라서 제품의 결과를 보여줄 주요한 데이터들을 정리하고 이를 측정, 기록,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품이 출시되기 전에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주요 데이터로는 판매량, 사용량, 지역별 방문수, 선호도, 기능별 사용빈도, 로그인수 등 제품에 따라 다양한 기준들이 있다. 더 나아가 이렇게 도출하고 분석한 결과를 다음 단계 제품 전략을 세우는데 의미있게 사용할 수 있을 때 결과를 측정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 뻔한 이야기 같지만 판매량 같은 1차원적인 데이터만 모아서 윗사람에게 보고하는 수준에 그치거나 모은 데이터를 막상 제품이나 프로세스를 개선하는데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다. 


 
4. 더 빠르게 만들기
테크업계에 해당하는 이야기지만 제품의 속도는 계속 더 빨라지고 있다. 구글은 제품의 속도를 무척 중요하게 생각해서 "Fast is better than slow"는 구글의 십계명 중에 하나이다. 페이지에서 불필요한 비트와 바이트를 제거하여 검색 속도를 계속 빠르게 하고 있는 것이나 웹에서 더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도록 디자인된 크롬 브라우저가 좋은 예이다.(참고: 크롬 브라우저의 속도 테스트 광고. 아직 이 광고를 안보신 분들은 꼭 보세요.) 소프트웨어를 더 효율적으로 코딩한다던가 하드웨어 성능을 개선하는 등 속도가 빠른 제품을 만드는 일은 꼭 생각해야할 요소이다. 



5. 오픈 플랫폼과 표준을 지원하기

가능한 범위에서는 오픈된 표준이나 플랫폼을 지원하는 것이 맞는 방향이라고 굳게 믿는다. 보통 오픈이라고 하면 자신의 서비스를 오픈해야 한다는 의미로 잘못 이해하는 분들이 있는데 오픈된 표준을 사용하는 것과 서비스를 오픈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이다. 안드로이드가 좋은 예인데 구글은 개발한 안드로이드 OS를 오픈해서 누구나 무료로 안드로이드 소스를 받아 안드로이드 제품을 마음껏 개발할 수가 있게 하고 있다. 하지만 안드로이드 위에 올라가는 구글 서비스들은 오픈이 아니라 구글과 계약에 의해서만 사용할 수 있다. 웹 서비스를 만들때 HTML5와 같은 표준을 사용해서 만들어 다양한 디바이스에서 서비스가 지원될 수 있게 하는 것 역시 오픈 표준을 지원하는 좋은 예이다. 한국의 웹 서비스들이 오픈된 표준이 아닌 엑티브X같은 기술을 사용했기 때문에 스스로 서비스 확산을 정체시키고 사용자들에게 불편함을 주는 사실은 오픈 플랫폼이 왜 중요한지 알려준다.
 


6. 해외 시장을 생각하기
서비스를 기획하고 개발할 초기부터 해외 시장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특히 미국 회사들은 미국 시장만을 생각하고 제품을 개발하다가 비영어권으로 제품을 확산시킬 때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다. 서비스를 개발하는 단계부터 해외 시장에 현지화를 감안한다면 향후에 서비스를 해외에 진출시키기 쉬울 수 있다. 웹 서비스의 경우는 예를 들어 인코딩을 UTF-8와 같은 유니코드를 사용하고 향후에 번역을 하기 편하게 코드를 작성하고 기호나 포멧 등을 다른 나라에서도 이해하는 표준을 사용하는 등 간단한 일들이 시작이다. 이런 일들을 "localization"의 약자로 "L10N"이라고 부른다. 
 
그 다음은 단순한 지역화를 넘어서 특정 시장에 맞게 서비스를 특화시키고 그 시장에 맞는 기능을 지원하는 등의 해외 시장 전략이 다음 단계일 것이다. 이런 일들은 "internationalization"의 약자로 "I18N"이라고 부른다. (참고로 L10N과 I18N의 차이는 다르게 해석하는 사람들도 많으니 여기서 내가 설명하는 구분이 꼭 맞는 것은 아님. 두가지 의미를 동일하게 보는 사람들도 있음) 해외 시장 전략은 제품이 어느 정도 성숙한 다음에 고민하다고 해도 단순한 현지화를 위한 준비는 처음부터 감안하고 개발을 시작하면 나중에 일을 덜어줄 것이다. 


 
7. 흔들리지 않기

전략과 계획을 세워 일을 추진하기로 했다면 뒤를 돌아보거나 흔들리지 않고 실행하는 것은 너무나 중요하다. 내부적인 정치 문제나 경쟁사가 동향 등의 이유로 실행이 흔들린다면 성공하는 제품을 만들 수 없다. 물론 현재 추진하는 전략이 맞는 전략인지를 점검하는 과정은 필요하지만 외부의 잡음으로 달리기로 한 길을 똑바로 가지 못해서는 안되다. 안드로이드가 처음 나왔을 때 시장에서는 이게 될꺼다 안될꺼다 참 말이 많았다. 하지만 앤디 루빈의 리더쉽을 바탕으로 중간에 흔들리지 않고 처음부터 생각했던 방향을 추진했기에 오늘날의 성공이 있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일을 추진하다보면 말도 많고 아군이 생기는 만큼 적도 생기고 성공하길 바라는 사람들 만큼 실패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을 접하기도 하지만 결국은 결과로 말해주면 된다고 믿는다.
 


8. 대장의 의사결정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제품에 관련된 의사결정 부분이다. 제품과 관련된 의사결정을 누가 내리는 것이 맞는지는 답이 있는 질문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 회사의 CEO가 내릴 수도 있고 그 제품의 말단 개발자가 내릴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CEO 같은 대장이 제품에 대한 통찰력을 가지고 성공하는 제품의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일부 사람들은 스티브 잡스의 예를 들면서 대장이 독점적으로 이끄는 제품에 대한 인사이트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는 스티브 잡스이다. 모든 회사의 대장이 스티브 잡스가 가진 것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바라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따라서 사장님 지시사항 보다는 (그분이 정말 스티브 잡스 같은 분이 아니라면) 제품에 대해서 가장 잘 이해하고 아는 사람들이 제품에 대한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맞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게 누구인지를 파악하고 의사결정이 어떤 과정으로 이루어져야 하는지를 관리하는 것이 대장의 더 중요한 역할이다. 구글에서는 제품에 관련된 사람들이 모여 토론을 통한 의사결정을 많이 하는데 제품을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 함께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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