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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자와 전문경영인에 관한 이야기

우선 그 동안 아껴두었던 내 구글 커리어 최고의 사진을 올린다. 내 오른쪽은 지난 10년간 구글 CEO였고 너무나 존경하는 에릭 슈미트, 내 왼쪽은 구글 개발 전체 헤드인 알랜 유스테이스. 이 사진이 무슨일로 어떻게 찍혔는지는 이야기할 수 없지만 에릭 슈미트가 CEO 자리에서 물러나기 전에 이분과 이런 사진을 남겼다는 사실이 영광스럽다.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전 구글 본사에서 전략적 제휴일을 하고 있음.)
 
에릭 슈미트가 구글 CEO 자리를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에게 물려준다는 발표 이후로 창업자와 전문경영인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그래서 이번 블로그에서는 창업자와 전문경영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창업자가 회사의 DNA를 지키면서 계속 회사를 이끄는게 맞는지 아니면 전문경영인을 영입해서 성장을 시키는게 맞는지는 답이 있는 질문이 아니며 상황에 따라서 항상 다르다. 그래서 다양한 성공모델을 기업들에서 찾아볼 수 있고 크게 3가지 모델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1. 절대적인 창업자 
창업자를 생각하지 않고는 그 회사를 생각하기 힘들고 창업자가 회사의 정신적 지주이며 회사 제품 개발/기획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 애플과 스티브 잡스 
가장 대표적인 절대적인 창업자의 예는 애플일 것 같다. 80년대초 애플 II 등으로 잘가던 애플은 84년 창업자인 잡스가 자신이 뽑은 전문경영인인 존 스컬리에게 밀려 회사에서 쫒겨난다. 그후에 애플을 천천히 몰락하지만 12년만에 복귀한 잡스는 iMac, iPod, iPhone을 내면서 회사를 완전히 바꾸어놓는다. 이 잡스의 인생역전 스토리는 그를 우리 시대의 영웅으로 만들기에 충분하다. (잡스와 애플의 역사에 대해서 자세한 알고 싶으신 분은 블룸버그에서 만든 이 다큐멘터리를 보면 좋을 것임.) 이 애플의 제품과 전략 뒤에는 잡스가 있고 아무리 뛰어난 전문경영인도 이 자리를 대신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 오라클과 래리 엘리슨 
스티브 잡스 만큼이나 절대적인 위치에 있는 창업자는 역시 래리 엘리슨이다. 77년 오라클을 창업해서 지나칠 정도로 강한 경쟁심과 리더쉽으로 오늘날의 오라클을 만들었고 그가 가진 영향력은 대단하다. 개인적으로 래리 엘리슨은 세상에서 가장 멋지게 사는 사람 중이 하나라고 생각한다. 보통 미국의 억만장자 기업가들은 그들의 부에 비교하면 검소한 삶은 사는 편이다. 하지만 그는 세상에서 6번째로 큰 요트에 개인 비행기 7대에 마당에 강이 있는 집에 살면서 유럽에서 새로운 고급 차가 나오면 가장 먼저 사는 등등 만화 속 인물인 브루스 웨인과 가장 가까운 삶을 사는 사람은 래리 엘리슨이라고 생각한다. 
 
  - 샘 월턴, 빌 게이츠, 마크 주커버그 
세상을 떠난 샘 월턴과 월마트, 지금은 현업에서 물러났지만 빌 게이츠와 마이크로소프트, 떠오르는 마크 주커버그와 페이스북 등도 이런 예이다. 반면에 야후의 제리양은 존재감이 강한 창업자였지만 어려워진 야후로 돌아와서도 회사를 돌려놓지 못했다. 
 
 
2. 창업자보다는 능력있는 전문 경영인 
회사를 제대로 키울 능력이 없는 창업자보다 전문 경영인이 자리를 잡아 큰 성공을 거둔 경우도 많다. 가장 좋은 예가 어느 나라를 가나 찾을 수는 맥도날드와 스타벅스이다. 
 
  - 레이 크록과 맥도날드 
맥도날드는 1940년 맥도날드 형제에 의해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를 오늘날의 맥도날드로 키운 사람은 레이 크록이다. 맥도날드에 기회를 본 레이 크록은 맥도날드 형제의 사업확장을 도와주다가 결국은 기회를 보지 못한 맥도날드 형제를 법적 싸움 끝에 경영에서 밀어내고 맥도날드의 주인이 된다. 그러면서 그는 1)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프랜차이즈 개념과 2) 자동차 공장의 라인 방식을 음식 만드는데 도입한 패스트푸드 개념을 통해서 맥도날드는 전세계에서 가장 큰 브랜드로 성장시킨다. 창업자인 맥도날드 형제는 맛있는 햄버거를 만들었지만 오늘날의 맥도날도를 만들 수 있었던 인물은 아니었다. 
 
  - 하워드 슐츠와 스타벅스 
스타벅스의 이야기도 맥도날드와 비슷하다. 스타벅스는 버클리에서 피츠 커피를 만든 피츠의 제자 3명이 71년에 시애틀로 와서 오픈한 커피 원두를 파는 가게로 시작되었다. (참고로 피츠 커피(Peet’s Coffee)는 커피 맛 때문에 내가 미국에서 주로 커피를 사는 곳이다.) 역시 스타벅스에 기회를 본 슐츠는 스타벅스에 조인하게 되고 원두만 팔지말고 매장에서 커피 음료도 팔자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주장은 기회를 보지 못한 스타벅스 창업자들에게 거절되고 결국 슐츠는 87년 스타벅스를 창업자들로부터 인수해버린다. 그 후로 슐츠의 경영능력과 판단력으로 스타벅스를 커피제국으로 만든다. 슐츠의 판단력과 추진력의 좋은 예는 스타벅스가 일본에 진출할때 잘 보여지는데 실내에서 담배를 피우는 일본문화에서 스타벅스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유명 컨설팅회사의 컨설팅에도 불구하고 일본 진출을 강행해서 일본 및 아시아에서 성공한다. 
 
 
3. 조화롭게 일하는 창업자와 전문 경영인 
회사를 만든 창업자와 창업자가 고용한 전문 경영인이 조화롭게 일해서 성공한 경우도 있고 가장 좋은 예는 구글일 것이다. 
 
  - 래리, 세르게이, 에릭과 구글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창업한 구글은 회사가 성장하면서 전문 경영인이 필요하다는 투자자들의 조언에 따라 01년 에릭 슈미트를 CEO로 영입한다. 그러면서 이 3명은 에릭은 경영, 래리는 제품, 세르게이는 기술이라는 리더쉽의 건강한 균형을 유지하며 회사를 이끌어왔다. 두 창업자가 미래를 내다보는 구글의 아버지 역할을 했다면 에릭은 회사가 잘 굴러가게 하는 어머니 역할을 했고 이 삼두의 조화가 오늘날의 구글을 만들었다고 믿는다. 이번에 에릭이 래리에게 CEO 자리를 물려주는 것은 이제 성장한 창업자에게 대장 자리를 돌려주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보며 언론에서 떠도는 분쟁설은 전혀 근거없는 예측이라고 생각한다. 에릭 슈미트는 CEO에서 물러난다고 발표를 한 날에 ““adult supervision no longer needed. (어른의 지도가 더이상 필요없다.)”라는 재밌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 에반, 비즈, 딕과 트위터 
에반 윌리엄스, 젝 도시, 비즈 스톤이 창업해서 한창 성장하고 있는 트위터 역시 구글과 유사한 방식을 따르고 있다. 피드버너를 구글에 팔고 구글에서 일하던 딕 코스톨로를 트워트는 COO로 영입했다가 10년 10월에 CEO로 올린다. 앞으로 계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회사를 제대로 관리할 전문 경영인이 CEO 역할을 해야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고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투자자들의 입김도 분명 한몫을 했을 것이다. 
[2011년 7월 업데이트: 트위터의 공동창업자 중 에반 윌리엄스와 비즈 스톤은 경영에서 물러나 실질적으로는 회사를 떠났고, 떠났던 젝 도시는 다시 돌아와서 제품 기획을 리드하고 있다.]
 
 

* 사진과 내용 전체를 복사해서 글을 퍼가지 말아주십시오. 제 글로 링크를 거는 형식으로 퍼가는 것은 대환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