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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gle에서 한국 대기업들과 일하며 느낀 문화 차이 (문화 차이 블로그 3편)

내 블로그에서 가장 트래픽이 많은 글들 중에 하나가 "Google과 삼성에서 경험한 일하는 문화 차이" 1편2편이다.  예전에 삼성본사에서 일했고 지금은 Google 본사에서 일한다는 내 background 덕에 쓸 수 있었던 글이었고 드디어 그 3편을 써본다.  1편과 2편에서는 내가 삼성과 구글, 더 나아가서는 한국 대기업과 미국 실리콘벨리 회사에서 일하면서 느낀 차이점들을 정리했는데 이번에서는 조금 방향을 바꾸어서 구글에서 한국 대기업들을 상대로 일을 하면서 느끼는 것들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그래서 제목을 "Google과 삼성에서 경험한 일하는 문화 차이 3편"이 아니라 "Google에서 한국 대기업들과 일하며 느낀 문화 차이 (문화 차이 블로그 3편)"이라고 한다.
 
역시 개인적인 한정된 경험과 편협한 시각을 바탕으로 쓰는 것임을 유념해주길 바라고, 글을 쓰다보면 어쩔 수 없는 흑백논리로 흐를 수도 있음도 유념해주길 바라고, 특정 회사나 문화를 비판할 의도는 전혀 없음도 참조해주길 바란다. 
 
 
Background
우선 배경 설명을 간단히 하면... 나는 구글에서 신사업의 전략적 제휴일을 하기에 계속 새로운 프로젝트들을 맡게 된다.  블로그 오시는 분들은 잘 알겠지만 작년에서는 social쪽 일을 많이 해서 OpenSocial에 시간을 많이 썼고, 올해 상반기에는 Chrome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많이 했다.  요즘 나에게 새로 떠오른 일은 consumer electronics 회사들과 관련된 일이고 내년에도 이쪽일에 시간을 많이 쓸 것 같다.  
 
Google 같은 회사에서 CE 회사들과 파트너쉽 기회가 많아지는 이유는 지금까지는 모바일폰 말고는 web 접속이 되는 CE device가 거의 없었지만 이제 더 많은 CE device들이 connected 되면서 mobile을 넘어서 non-mobile device들에서도 새로운 기회가 많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구체적으로 뭘 하는지는 이야기할 수 없음.)  암튼 그러다보니 세계 굴지의 두 CE 회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와 일을 많이 하기 시작했고 이번 블로그는 그러면서 경험한 것들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조금 다른 이야기이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한국 회사로써 이렇게 세계적인 제조사로 성장해서 자리를 잘 잡았다는 것은 참 자랑스러운 일이다.  나랑 같은 팀에서 일하는 멕시코 출신의 동료가 자기도 멕시코에 그런 글로벌 회사들이 있어서 같이 파트너쉽 맺는 일을 할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다는 말을 했는데 그 말을 들으며 뭉클했음. 
 
 
Relationship vs. Results
우선 실리콘벨리의 tech 회사와 한국의 대기업이 같이 일할때 가장 기본적인 차이는 두 회사가 관계를 맺을 때 가장 밑바탕에 깔리는게 뭐냐라는 것 같다.  한국 회사는 우선 relationship이 가장 기본이 되는 것 같고, 미국 회사는 result가 가장 기본이 되는 것 같다.  즉 한국 회사는 나와 이 상대편과의 관계가 어떤지를, 미국 회사는 나와 상대편과 일해서 나올 결과를 중심으로 모든게 시작되는 것 같다.  물론 이건 극단적인 해석이고 이렇게 흑백 논리로 볼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이 기본적인 차이에서부터 많이 문화 차이가 시작되는 것다.  그럼 좀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해보자. 
 
 
직급과 권한
relationship vs result의 차이가 제일 잘 들어날 때가 한국에서는 어떤 사람의 직급을 알고 싶어하고 미국에서는 그 사람이 어떤 일을 하는지 알고 싶어하는 것이다.  한국 대기업에게 종종 듣는 질문이 누가 누구 위에 있는지 직급이 뭔지에 관한 질문이다.  물론 조직의 구조를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누가 누구 보스인지 알고 싶어하는 것은 구글의 관점에서 보면 조금 웃길때가 있다.  여기서는 그 사람이 뭘하고 어떤 일을 담당하는지를 알고 싶어하고 그걸 중요하게 여기는 면이 있다.  그 바탕에는 권한을 누가 가지고 있냐에 있는 것 같다.  구글에서는 기본적인 의사결정 권한은 담당하는 사람에게 주고 어떻게 보면 알아서 일을 진행할 수 있게 해주고 그에 따르는 책임 역시 그 사람이 지게 한다.  반면에서 한국의 기업 문화는 위에서 의사결정을 하기에 담당자는 윗사람에게 의사결정을 받기 위해 보고, 결재 등에 많은 시간을 써야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게 구글에는 없다는 것은 절대 아님!)  
 
또한 이것은 한국 대기업의 의전문화와도 관련이 깊은 것 같다. 삼성에서 의전을 해보았기 때문에 이해가는 부분도 많고 또 한국 대기업에서 높은 분이 오면 같이온 담당자분들이 고생하는 것을 알기에 내가 도와줄 수 있는건 많이 도와주려고 노력중이다.  하지만 구글의 시각에서 본다면 지나친 한국 기업의 의전문화는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써의 이미지에 손상을 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한 것 같다,  반면 또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구글이야 다르지만 여기도 Apple이나 Oracle 같은 회사를 보면 만만치 않은 의전 문화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Who vs. Why
이 차이는 서로 미팅을 잡을 때 역시 잘 나타난다.  한국 대기업은 누가 미팅에 나오냐와 누구와 누가 만났냐를 정말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건 당연한 일이고 또한 매우 중요한 일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지나칠 경우에는 왜 미팅을 하고 미팅에서 어떤 결과를 얻는지가 간과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미팅에서 높은 분들과 좋은 이야기는 많이 했지만 practical하게 follow up 되는 일이 없는 경우도 있다.  구글에서는 물론 c-level 미팅이야 좀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파트너와 만날때는 무슨 agenda로 미팅을 하냐가 누가 참석하냐보다 먼저다.  그래서 미팅 agenda을 먼저 잡고 이를 바탕으로 필요하거나 관련된 사람들이 참석하는 식이 많다.  
 
개인적인 친분이 없는 상황에서 명확한 agenda가 없이 어떤 분이 오시니까 구글과 미팅을 잡자고 접근한다면 여기서는 조금 어이없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만일에 특별한 agenda는 없지만 구글과 만나고 싶다면 차라리 straightforward하게 casual하게 만나서 커피 한잔 하면서 여러 기회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 싶다고 접근하는게 서로 부담없고 더 좋은 것 같다.  난 하는 일의 특성상 이렇게 networking 차원에서 casual한 미팅을 종종하는 편이고 실제로 그러다가 서로 좋은 파트너쉽 기회를 찾는 경우도 있다.  result를 중요하긴 하지만 실리콘벨리라는 곳은 어떤 곳보다 networking이 중요하고 networking을 많이 하고 networking을 통해서 기회를 만들어가는 곳이다.  
 
 
업무밖 관계
제일 재밌다고 생각되는 두 문화의 차이는 업무 외적이 부분에서 들어나는 것 같다.  relationship이 중요한 한국의 문화는 아무리 서로 다른 테이블에서 negotiate하는 관계지만 회의 끝나면 술한잔하고 같이 망가지기도 하면서 개인적으로 가까워지는 일이 흔하다.  오랫만에 만난다면 "아이고~ 부장님! 술한잔 하셔야지요!"라는 대화는 아주 자연스럽고 그게 한국에서 일하는 재미이기도 한 것 같다.  (여기서 더 친해지면 "형"이라고 부르기 시작함.)  여기서는 같이 점심을 먹는 경우는 많지만 저녁 식사는 어느 정도 관계가 가까워지기 전에는 잘 같이 안하고, 저녁 시간은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깊은 미국 사회이다보니 저녁 먹자는게 실례가 될 때도 있다.  더 나아가서 저녁 식사를 파트너와 한다고 해도 보통 와인 한잔하면서 서로 격식과 긴장관계를 잃지 않는 분위기이고 보통 9시를 넘기지 않고 일찍 헤어진다.  이건 파트너들뿐 아니라 같이 일하는 동료들과도 마찬가지이고 문화차이 블로그 2편에서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했으니 참조바란다.
 
이런건 전화하는 문화에서도 나타나는데 한국은 같은 회사사람이건 다른 회사사람이건 일단 그냥 전화를 하는 문화가 있지만 여기서는 파트너들은 물론이고 같은 회사내에서도 미리 통화를 하자는 약속을 잡던가 사내 메신저로 지금 통화가 가능한지 확인하기 전에 그냥 전화를 거는 경우는 거의 없다.  스케줄에 따라서 움직이는 문화가 그 차이를 나타나는 것 같고 이건 문화차이 블로그 1편에 스케줄에 관한 내용을 참조바란다. 
 
 
Sharing a Vision
한국 대기업과 이야기할때는 뭔가 새롭게 시작하는 일에 대해서 매우 관료적인 자세로 "우리가 다 알아봤는데 그거 절대 안될꺼다."라는 식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꼭 있다.  미안한 말이지만 보통 이런 분들은 그 분야에서 대해서 깊은 이해가 부족하고 왜 안될것 같다는 이유는 없고 대안을 제안하는 경우는 더더욱 없었다.  Constructive한 feedback을 서로 share하는건 물론 좋은 일이고 이곳 문화는 이유있는 비판을 많이 하고 이를 오히려 환영하지만 그냥 다짜고짜 안될꺼라고 이야기하는건 이곳에 있는 사람들에 respect를 받기 어렵다.  더 나아가 우리와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다는 인상을 강하게 심어서 앞으로 같이 일할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게 한다.  실리콘벨리는 인더스트리가 나아갈 방향을 서로 공유하고 믿는데서 많은 co-work이 시작되는 경향이 있고 어쩌면 실리콘벨리 회사들이 Microsoft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건 인더스트리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생각이 서로 다르게 때문이기도 하다.  
 
 
RESPECT
서로 문화가 다른 두 회사가 같이 일을 잘 하려면 같이 일하는 사람들끼리 터놓고 서로의 문화와 입장에 대해서 이야기하는게 중요한 것 같다.  문화적인 차이를 서로 share하지 않으면 서로 잘 몰라서 시작되는 이상한 긴장관계가 생기면서 서로 기싸움하는 경우가 생기기 마련인데 이건 대화로 해결이 가능한 것 같다. (이런건 역시 술한잔하면서 이야기하는게 최고.)  또한 한국의 대기업과 실리콘벨리의 구글같은 회사는 모두 나름 잘 나가는 덩치 큰 회사이기 때문에서 서로 우리가 갑이라는 쓸데없는 자존심을 내세울 때도 있는데 그러지 않고 서로 respect해주는 것 역시 좋은 파트너쉽을 위해서 매우 중요한 부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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